남녀 포로를 가리지 않는 이라크 포로에 대한 미군의 무차별 성학대 사실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아랍권은 물론 전세계 각국이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이집트의 일간 알-와프드는 4일 1면에 미군들에 의해 이라크 여성이 강간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4장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미국을 격렬히 비난했다. 이들 사진은 공인받지는 못했지만 이 신문은 "악과 매춘의 미국 제국 민주주의:미 점령군들이 이라크 여성을 무기로 위협하면서 많이 강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인권기구(EOHR)는 이날 이번 사건을 저지른 미군을 심판하기 위해 유엔이국제법정을 설치하라고 요구했고, 베이루트에서는 50명의 인권 운동가들이 유엔 사무소 밖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암살자'로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무스타파 이스마일 수단 외무장관도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명한다"면서 미군의 이라크 점령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리비아의 일간 알-자프 알-아크다르는 "아랍이여 일어나라"고 아랍권의 대동단결을 촉구했고, 아랍에미리트 일간 알-하레지는 미군 병사들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면서 "전쟁범죄를 다루는 법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전날 "국제사회에서 인권 존중을외치는 미국이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혹행위를 저지른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요르단 정부 대변인인 아스마 호드르는 "미군과 영국군에 학대받는 이라크포로들의 사진은 충격적이고 비위가 상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동맹국에서도 직.간접적인 비난이 잇따랐다. 유럽연합(EU)의 디에고 오제다 대변인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위반이 일어났다면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미국에 대한 직접 비난은 자제하면서도 "국제인권법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준수되어야 하며, 특히 전쟁포로에 대한 제네바 협약은 준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주요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사임을요구했고, 헝가리 일간 마기야르 히르랍은 "워싱턴은 사담의 잔혹한 행위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R)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관련자에 대한 기소를 미국에 촉구했다고 호세 디아르 대변인이 밝혔다. 한편 사미르 샤케르 마흐무드 알-수메이디 이라크 내무장관은 4일 미군에 의해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라크 내 교도소 운영에 이라크 관리들이 참여해야 한다고요구했다. 그는 "교도소 운영, 관리에 있어서 이라크 당국의 좀 더 많은 참여를 요구하고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군은 이날 이번 학대사건 폭로과정에서 문제가 된 이라크 포로에게 뒤집어 씌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두건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이라크 상황이 미군의 학대사건 폭로로 파문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아파저항세력과 미군과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군은 3일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 인근 쿠파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던시아파 무장세력과 교전해 5명을 사살하고 20명을 부상시킨데 이어 4일 또 다시 저항세력과 교전해 3명의 이라크인을 숨지게 했다. (바그다드.카이로.파리 AP.AFP=연합뉴스)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