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부모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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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쉽게 이혼하는 바람에 쟤까지 이혼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같다."
시청률 1위라는 KBS TV 일일극 '백만송이 장미'에서 이혼하고 재혼한 언니는 동생마저 남편과 헤어지겠다고 나서자 이렇게 자책한다.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MBC TV의 '귀여운 여인'에선 아들 둘을 결혼시킨 부부가 황혼이혼을 한다고 야단이다.
드라마에 이혼 얘기가 이렇게 잦은 건 사회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대비 이혼율 47.4%는 산정방식 잘못으로 인한 과장된 수치이고 실제 이혼율(전체 혼인건수 대비 이혼건수)은 9.3%라는 발표가 나왔지만(법원행정처) 9.3%도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10쌍에 한쌍 가까이 갈라선다는 얘기니까.
이혼은 당사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가 없어도 부모형제에게 상처를 주거니와 아이가 있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서로 키우겠다고 싸우기도 하지만 안맡겠다고 미루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한해 1만명 이상 늘어나는 복지시설 보호아동의 절반 정도가 부모의 가출 혹은 이혼으로 인한 기아라는 사실은 이혼의 후유증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어느 한쪽이 키우더라도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학교에 가면 가정환경조사서를 내야 하는데 편부편모 가정에 대한 눈은 곱지 않고 엄마가 키우다 재혼하면 성이 달라 놀림감이 되기도 쉽다.
이혼 당사자들은 '오죽하면'이라고들 하지만 실상 발단은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부부의 참의미를 되새겨봄으로써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말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부부의 날'(5월 21일)을 앞두고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는 소식이다.
15∼22일을 부부주간으로 정하고 선물교환,여행이나 공연관람,양가 방문,장점 칭찬하기,역할 바꾸기,추억더듬기,편지쓰기 등을 권장한다고 한다.
기념일을 만드는 건 하루만이라도 그날의 의미를 돌아봄으로써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한 것일 터이다.
그런데 오히려 기념일 때문에 시비가 이는 일도 적지 않다.
결혼기념일이 없으면 부부싸움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중요한 건 행사가 아니다.
부부문제는 어린이·여성·노인 문제와 그대로 이어진다.
부부의 날이 가정과 가족의 참의미를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