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한국을 동북아시아 비즈니스 허브(경제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월가에선 냉소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국민들의 영어실력이 떨어지는데다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어 외국 기업들이 동북아시아의 센터로 삼으려 하지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노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비즈니스 허브 구상을 버리고 요즘엔 금융 허브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다. 그런 금융 허브 꿈에 대해서도 월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국경제설명회를 가졌던 지난달 28일 이런 질문이 나왔다. "금융 허브는 어느 나라나 도시를 모델로 삼고 있습니까?" 뉴욕 런던 도쿄 싱가포르 등 다양한 성격의 금융 허브가 있지만 한국이 지향하는 금융허브는 방향이 분명치 않은 것 같다는 질문이었다. 이틀후인 30일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들은 모건 스탠리의 투자은행부문 사장을 만났다.그는 한국정부가 기치로 내건 금융 허브에 대한 견해를 묻자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질문을 못알아들어서인지,아니면 금융허브 구상 자체를 몰라서인지 분명치 않지만 금융허브 구상이 외국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게 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한국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싱가포르는 상품시장이 강하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유로권이어서 영국의 런던과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금융업 전체를 생각하지 말고 한국이 강세를 보일수 있는 분야를 선택,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준비를 하라는 훈수였다.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경제 홍보를 위해 비행기를 탈 때마다 들고 나오는 금융 허브 구상.비즈니스 허브보다는 손에 잡히는 듯하지만 아직은 무엇을 어떻게 정비해 금융 센터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외국투자자들에게는 분명치 않은 것 같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