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제82회 어린이날. `미래의 기둥'인 어린이들이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할 기쁜 날이지만 그 뒤켠에는 아동학대가 증가하고 불우아동 시설에 대한 후원금은 감소하는 등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증가하는 아동학대 =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가 집계한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모두 4천983건. 이중 아동학대는 3천536건으로 2001년 2천606건, 지난해2천946건에 비하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아동학대로 판명난 경우는 2천921건에 달했고, 잠재위험 사례도 343건이나됐다. 유형별로 보면 의식주를 제공 않거나 교육.의료적으로 돌보지 않는 '방임'이 9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학대가 347건, 욕을 하거나 모욕을 주는 정서학대가 207건,성학대가 134건, 유기가 113건씩이었고, 중복학대도 1천155건이나 됐다. 발생빈도별로는 '거의 매일'이 가장 많은 977건이나 됐고 '2~3일에 한번'이 493건, '일주일에 한번'이 416건, '2주일에 한번'이 152건에 달하는 등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학대가 많았다. 가해자는 주로 친아버지로 1천607건이 이에 해당됐고 친어머니인 경우도 651건이나 됐다. 계부나 계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160건으로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직업별로는 무직이 723건, 단순노무직이 534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주부, 서비스.판매직, 자영업도 각각 362건, 276건, 119건씩이나 됐다. 이같은 아동학대 건수는 선진국에 비하면 10분의 1 정도 밖에 안되는 수준이지만 아동학대 상담원들은 '적은 건수'를 오히려 우려하고 있다. 여전히 아동학대가 표면화되지 않은 채 속으로 곪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때문이다. 이같은 추정은 아동학대 발생장소가 가정 내인 경우가 2천369건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설령 이웃 등이 눈치챈다 해도 `남의 가정사'쯤으로 치부해 좀처럼 신고를 않는다는 것. 근본적인 문제는 아동학대를 자녀 교육의 한 형태로 보고,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 있다고 상담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조사차 찾아가면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부모들의 항의가 주를 이룬다. 가정폭력.여성폭력과 달리 피해자가 아동이어서 자발적으로 신고하기 힘들다는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방성철 아동학대예방센터 대리는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 자체가 희박한 게 가장큰 문제"라면서 "국민적인 인식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감소하는 복지시설 후원금 =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각종 아동복지시설에대한 후원금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한국어린이보호재단측은 "지난달 신규 후원자 모집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저조해 그 전달에 비해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면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형편이 안 좋아져서 당분간 (후원을) 못할 것 같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은평천사원측도 "금전적 후원이 줄었을 뿐 아니라 물품 후원도 줄어 일부 생활필수품마저 달리는 등 형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은평천사원 관계자는 특히 "최근 발생하는 고아들은 과거처럼 전쟁고아, 부모의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고아 등은 줄고 아동학대.이혼 등의 결과로 생기는 고아가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시설에 들어오는 상당수 아이들이 학대경험을 갖고 있어 정신과.심리 치료가 필요한데도 빠듯한 형편 때문에 치료를 전혀 못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우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