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영국군이 이라크 포로를 야만적으로 고문.학대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라크인들의 분노가 높아가고 있다. 이라크는 30일부터 2일까지 일요일, 노동절, 예언자 무하마드 탄신일이 이어지는 사흘간 연휴로 주요 신문들이 발행되지 않았지만 아랍계 알-자지라 및 알-아라비야 TV가 문제의 뉴스를 집중 보도하면서 바그다드 시내는 반미(反美) 감정이 고조되는 등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아랍계 일간 `아샤크 알-아우사트'는 2일 나자프에 있는 고위 시아파 이슬람학자단체인 `알 하우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라크 포로에 대한 미군과 영국군의고문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가지 아지즈 알야워 이라크 과도통치위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유엔과 국제적십자사는 즉각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바그다드 이슬람 학자기구도 성명을 통해 점령군 병사들에 의한 이라크 수감자가혹행위를 강력 비난하면서 "미국 교도소에서 현재 행해지는 사건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일반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는 형국으로 바드다드 대학에 재학중인 오사마군은 "이라크 수감자에 대한 고문이 자행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는 과거 사담 후세인이 정적들을 고문했던 장소"라면서 "후세인의 폭압정치를 종식시키고, 이라크에민주주의와 인권을 꽃피우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바로 이것이냐"고 반문했다. 일부 시민들은 특히 미군 여군병사가 이라크 수감자를 `희롱'하는 사진을 지적하며 "이라크인이나 아랍인의 정서로 볼때 매우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장면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연휴가 끝나는 3일부터 반미시위와 미군에 대한 테러공격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변안전에 대한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미군정 당국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사과 성명과 관련자에 대한 즉각적인 처벌을 약속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6.30 주권이양을 두 달 앞두고 터져나온 `악재'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 연합군 대변인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30일 브리핑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일부 병사들의 행위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즉각적인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 방침을밝혔다. 연합군 사령관인 산체스 중장도 구금시설의 심문절차 등에 대한 별도의 행정적감사를 통해 유사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군정당국은 그러나 바트당 출신자의 공직취임 제한 완화와 재건사업 진행의 가속화 등 그동안 추진해온 이라크 민심수습책이 이번 사건으로 허사가 되는 것은 물론 반미감정 고조와 이에 따른 테러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바그다드=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