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제2의 도시다. 레닌그라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24년 레닌이 사망하자 그를 기려 레닌그라드로 부르다가,옛소련 붕괴 직전 옛 이름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북서부,핀란드만 안쪽에 자리한 이 도시는 철저한 계획 아래 건설됐다. 1703년 북방전쟁 중이던 스웨덴에 맞서 요새를 세웠고,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옮겨 오면서 장대한 계획의 도시 건설이 진행된 것. 네바강 하구 늪지대의 1백개가 넘는 섬들을 연결해 꾸민 도시는 '북방의 베니스','러시아의 암스테르담'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프롤레타리아혁명이 날 때까지 2백여년간 '러시아의 머리'로서 기능을 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볼 만한 곳은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역대 러시아황제의 저택이었던 겨울궁전을 포함,다섯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2백여점의 회화작품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3백만점을 헤아린다고 한다. 대부분 제2차대전 중 스탈린이 유럽 각지에서 약탈한 것이란 얘기도 있다. 전시실은 6개. 모두 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제를 정해 보는 게 좋다.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렬 화백의 그림도 있는데 쉬 찾아보기는 힘들다. 박물관 맞은편에 도시 건설의 출발점이 됐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가 있다. 카잔성당은 반원형의 회랑이 있는 금빛 성당. 로마의 성 베드로성당을 본떠 지은 것이다. 지금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종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름궁전도 있다. 이곳 최초의 석조건물로 18세기초 건축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물관으로 사용중인데 원래는 표트르 대제의 여름별장이었고,2층은 예카테리나 여제의 거실이었다. 페테르부르크는 키로프발레단으로도 유명하다. 볼쇼이발레단과 함께 러시아 양대 발레단인 키로프발레단은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 전용극장인 마린스키극장을 갖고 있다. 한국의 발레리나 문훈숙씨가 키로프발레단의 솔리스트로 이 극장 무대에 올랐으며,유니버셜 발레단도 공연을 해 한국 발레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샹들리에 불빛에 찬란하게 드러나는 5단계의 관람석이 품위를 자랑한다. 유럽의 다른 유명극장에 비해 관람료가 매우 저렴한 편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볼셰비키 혁명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던 오로라호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호텔 건너편에 정박해 있다. 러일전쟁에도 참전,큰 역할을 수행했던 7천t급 순양함인 이 함정이 1917년 10월1일 오전 쏘아올린 한방의 함포가 볼셰비키혁명의 신호탄이 되었다. 오로라호는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 여행수첩 ]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대부분의 유럽 주요 도시들과 여러 항공편으로 이어져 있다. 한국보다 5시간 늦다. 기온은 한국보다 약간 더 낮다고 보면 된다. 여름철에는 백야현상으로 잠을 못이루는 경우도 있다. 버스나 트롤리버스,트램 등을 이용해 관광명소를 둘러보면 좋다. 주요 교차로의 간이매점 등에서 표를 판다. 롯데관광(02-399-2305)은 '러시아.북유럽 12일' 여행을 안내한다.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2박하며 관광명소를 둘러본다. 매주 수.일요일 출발한다. 1인당 5월 출발 4백19만원,6월 출발 4백49만원. 출발 20일전 예약하는 게 좋다. 출발일 임박해서 러시아 비자를 신청하면 급행료가 4만원 더 붙어 9만원을 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