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주변 윤락가에 대한 경찰 수사에 불만을 품은 윤락업주가 경찰서에서 분신 소동을 벌이고 일부 업주들이 단속무마 대가로 경찰에 상납을 해왔다는 진술서를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용산에서 20년간 포장마차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온 남모(45)씨는 22일 언론에공개한 진술서에서 "불법영업을 하다보니 관할 경찰서와 음성적인 유대관계를 맺어왔다"며 "이제는 힘도 없고, 당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양심선언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들의 가족들까지 생일.연회 잔치를 해줘야 했고 직원의 암표(기차표)구매 등 비위까지 맞춰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윤락업주는 호소문을 통해 "사창가를 운영한다는 약점을 잡고 온갖 협박과함께 10년동안 시달린 것에 치가 떨린다"며 "영업의 특수성 때문에 경찰과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하면서 온갖 뒤처리를 해주고 살았다"고 주장했다. 윤락업주들이 공개한 장부 복사본은 A4 인쇄용지 7장 분량으로 돼있으며, 금품을 받은 전.현직 경찰관과 상황, 액수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또 업주 이모(60)씨는 남씨와 함께 경찰 6명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식사한 카드 결제 내역 복사본도 공개했다. 이들은 장부 원본을 보여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단계적으로 하겠다'며 복사본만 공개했다. 그러나 윤락업주들이 공개한 진술서 내용이 모두 사실인지는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우선 이들이 공개한 진술서가 윤락업소 수사를 주도한 용산서 강력계장과 그와친분이 있는 전.현직 경찰관들을 집중 거론하고 있어 숨은 의도가 엿보인다는 덧. 또 분신 소동을 벌인 박모(41)씨는 "강력계장은 유독 돈도 받지 않는다"고 해놓고는 양주 3병을 줬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거론된 용산서 전직 직원 A씨는 "분신 소동을 벌인박씨가 최근 나를 찾아와 강력계장에게 수사중단 부탁을 해달라고 간청했다"며 "이를 거절하자 돈을 줬다는 날짜도 없이 내 이름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윤락업주들의 이같은 폭로는 2007년부터 전국 사창가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정부의 성매매방지 종합대책 발표 뒤 경찰의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진 가운데벌어져 비슷한 일이 잇따라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윤락업주와 경찰의 `상납 커넥션'은 몇 차례 실상이 드러나면서도 쉽게 뿌리뽑히지 않고 계속돼왔던 게 사실. 경찰은 윤락업주들이 수사망이 좁혀지자 분신과 뇌물장부 공개로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찰관의 금품수수 부분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