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개념이 단순 운송수단에서 레저용으로 바뀌면서 국내에도 레저용 차량(RV:Recreational Vehicle) 바람이 불고 있다.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여가생활을 염두에 둔 레저차량 구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RV는 가족나들이에 편리하고 특히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데 유용하다. RV로 스포츠레저차량(SUV)과 미니밴, 다목적 차량(MPV)를 꼽을 수 있다. 예전에는 20~30대들이 주로 탔으나 최근 들어 40~50대들도 레저 차량을 선호할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 판매에서 RV가 차지하는 비중은 29.9%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41.9%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RV의 대표차종인 SUV는 지난 2000년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12.6%의 판매비중을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다. 작년에는 전체 승용차중 28.7%의 판매비중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들어서도 전반적인 승용차 판매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SUV 판매 비중은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월 승용차 내수판매는 내수 심리 위축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2% 감소한 20만4천7백61대를 기록했다. 승용차에서 RV 판매비중은 작년 1ㆍ4분기 31.5%에서 38.8%로 7.3%포인트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RV차량 선호현상은 자동차를 출퇴근뿐 아니라 여행, 화물 운반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욕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디젤차를 찾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밖에 가족 단위로 레저활동을 즐기는 과정에서 형성된 하나의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 RV 바람이 일자 국내 자동차업체는 물론, 수입차업체도 앞다퉈 RV 신차를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4일 선보인 컴팩트 SUV '투싼'은 잠재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SUV와 승용스타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복합개념의 미래지향적 스타일로 현대적이고(Modern) 스포티(Sporty)한 면을 강조한 '투싼'은 최근까지 하루평균 1천대 이상의 계약고를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오는 6월께 소형 SUV 'KM'(프로젝트명)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RV 판매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기아차는 'KM'을 수출 주력차종으로 육성할 계획이지만 국내 고객을 붙잡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광주공장에 연산 15만대의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국내 SUV 시장을 선도해 온 쌍용자동차는 오는 5월 11일, 프리미엄급 MPV 차량인 '로디우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쌍용차는 이를 통해 RV 풀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이미 소형 SUV시장에서 굳건히 자리잡은 '코란도'와 중형 SUV '무쏘', 대형 SUV '렉스턴', 국내 최초 SUT(Soprts Utility Truck) 차량인 '무쏘 SUT'에 이어 고급 MPV '로디우스'까지 가세한다면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마땅한 SUV 차량이 없는 GM대우는 RV고객을 겨냥해 지난달 라세티 해치백을 선보였다. GM대우는 총 5천7백억원을 들여 오는 2006년께 부평공장에서 SUV를 생산할 예정이다. 르노삼성도 판매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부산공장에서 SUV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체도 국내 SUV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작년에만 7개 SUV모델을 국내에 선보이며 수입차시장에서 SUV 점유율을 15%까지 확대한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에도 △폭스바겐 '투아렉'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BMW 'X3' △캐딜락 '에스칼라드', 'SRX' △포드 '이스케이프' △링컨 '에비에이터' △랜드로버 '프리랜더' '디스커버리' △푸조 '206SW' '407SW' △볼보 'V50' △포르쉐 '카이엔' △혼다 'CR-V' 등 10여개의 모델을 선보이며 국내 SUV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와 수입차 업체간 RV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