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에서 대학 총장을 포함한 교수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 교수사회의 정치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의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와 대학이 `국회의원 등용문'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게 될 교수 출신 당선자는 지역구 17명, 비례대표14명 등 31명이다. 이는 17대 전체의원(299명)의 10%를 상회하는 수치로, 16대 국회에 교수 출신이4명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에는 평생을 학계에 투신해온 학자 뿐 아니라 실무현장에서 뛰며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해온 사람들도 있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 16명(비례대표 7명), 한나라당 15명(비례대표 7명)이다. 대학별로는 연세대의 경우 윤건영.이혜훈(이상 한나라) 교수, 한국외대 김애실(한나라당).이은영(열린우리당) 교수, 경기대 강길부.김재홍(이상 열린우리당) 교수,동국대 정문헌(한나라당).조성태(열린우리당) 교수, 중앙대 이군현(한나라당).안민석(열린우리당) 교수 등 2명씩을 배출했다. 또 서울대(박세일.한나라당), 서강대(정두언.한나라당), 한양대(공성진.한나라당) 등도 1명씩을 국회로 보냈다. 열린우리당 홍창선 당선자(비례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이다. 교수사회의 정치권 진출은 언론계나 법조계, 군인 등과 비교할 때 그동안 활발하지 못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등을 바탕으로 행정부 각료로 발탁되거나 각종 자문역을 한 적은 많았지만 국회로 진출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그래서 이번에 교수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한 데 대해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교차하고 있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교수들이 `정책국회, 청렴국회를 만들 것'이란 기대와함께 대학이 현실 사회에 대한 학문적.비판적 접근이란 당초 기능에서 벗어나 `의원의 등용문'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한나라당 지역구(대구 달서병) 당선자인 김석준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그동안 행정부와 입법부 간엔 정책 전문성의 격차가 커 국회가 정부에 대한 견제 권한은있으면서도 능력이 없어 제 역할을 못했다"면서 전문성을 가진 교수들의 국회진출을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대학이 정치현실과 밀접해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실제 상당수교수들이 시민단체나 정당의 자문역을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당선자들이 어떻게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4월12일자 `대학신문'에 기고한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襟度)'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현 시대에도 교수는 비판정신을 유지하며 한국 정치의 풍토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필요는 있다"면서 "그러나 교수가 정치권과 관계를 맺거나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에도 지켜야 할 금도(襟度)는 있을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임주영 기자 sisyphe@yna.co.kr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