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전체의석(2백99석)중 과반수 이상 확보가 확실시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번 총선이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에서 헌재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일각에선 헌재의 역할이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에 조만간 기각결정이 나올 것이란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의의 선택이 분명해진 만큼 이를 헌재가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의 최종결정도 새로 뽑힌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되는 6월 이전에 나올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월 이후에는 열린우리당 측이 국회법제사법위원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탄핵취하' 논의가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로선 '독자결정'을 통해 위상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헌재결정의 향배와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헌재는 지난달 12일 국회의 탄핵가결 이후 '법과 원칙'에 따라 심리를 진행할 것임을 누차 강조해 왔다. 또 방대한 재판자료와 증거조사, 증인신문절차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6월 이전 헌재결정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새로 구성된 국회법사위가 탄핵을 취하할 권리가 있는지와 취하결정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헌재의 수용여부가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총선결과와는 별개의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탄핵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친노세력인 노사모 회원들이 '탄핵무효촛불집회'를 재개할 의사를 밝히고 있고 보수탄핵지지세력들이 맞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2차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확인된 민의의 함축인 만큼 깨끗하게 수용해야 하며, 법치주의의 최종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갑배 법제이사는 "총선결과와 상관없이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문흥수 변호사도 "흑백논리에 매몰되거나 상대방의 견해를 완전히 부정하는 태도를 고집할 경우 소모적인 갈등만 초래된다"며 "총선 이후의 탄핵정국을 성숙한 토론문화정착의 계기로 승화시킨다면 오히려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원 회원인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제는 분열을 딛고 화합과 안정을 추구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국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되 그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의 시스템을 성숙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