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제품 못지않은 인지도 및 브랜드 충성도를 누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소기업 브랜드들이 속속 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중소기업도 '브랜드 파워'로 승부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 이들 기업들은 이미 수백만개의 제품을 판매하며 밀리언셀러 브랜드의 신화를 창출하고, 대기업 못지 않은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며 틈새 시장을 뚫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들은 사업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이를 철저히 관리해 브랜드 명성을 쌓아온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들 중 일부기업은 브랜드가 단순히 상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를 담은 총체적인 간판이라는 점을 인식해 회사 창립 단계에서 사명을 아예 브랜드명으로 바꾼 사례도 종종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이렇게 뿌리내린 브랜드를 앞세워 연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 글로벌 브랜드 전략의 성공 사례 국내 시계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로만손(Romanson)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매출액(410억원)보다 많은 68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출범 15년만에 세계적인 제품 대열에 진입했다. 이 회사의 우수한 기술력과 글로벌 브랜드 전략은 스위스의 시계 공업 도시인 '로만시온'을 상호로 차용해 유럽인들에게 친근감을 줬고, 동일 브랜드 안에서도 제품의 특성과 이미지를 차별화한 것이 그 성공 비결. 이같은 로만손은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로는 최고가치를 구가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시계 본고장인 스위스는 물론 중동, 터키, 러시아 등지에서 명성을 쌓고 있다. 이는 로만손의 체계적인 브랜드관리프로그램인 BIP(brand identity program)를 도입해 사업 초기부터 브랜드의 세계화를 꾀한 남다른 혜안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 밀리언셀러를 꿈꾸는 브랜드 국내 헤어드라이어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유닉스'도 4종류의 밀리언셀러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이 회사의 이중 음이온 헤어드라이어는 국내외 시장에 3백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이는 브랜드 전체로 따지면 우리나라 국민 3명당 1개 꼴로 유닉스 제품을 구입했다는 의미라고 회사측은 덧붙였다. 광고업계 전문가들은 "엄청난 마케팅 비용으로 상품을 띄우는 대기업 브랜드보다 밑바닥에서부터 입소문으로 쌓아가는 중소기업 브랜드가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밥솥 전문업체인 '쿠쿠'는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위기를 겪은 후 대기업에 의존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에서 독자브랜드 체제로 판매방식을 전환하면서 시장진출 1년만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삼성, LG, 조지루시 등 국내외 대기업 브랜드를 제치고 98년 첫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5백6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쾌거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사명을 성광전자에서 쿠쿠전자로 아예 사명을 바꾸고 '리오트'라는 또하나의 생활가전 브랜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근래의 가정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하나코비의 `락앤락(Lock&Lock)'은 '두번 잠근다'라는 뜻의 브랜드명을 '확실한 밀폐 효과'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연결해 세계시장을 석권하며 밀폐용기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 98년 국내 출시에서는 별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미국 QVC 홈쇼핑에서 초도 물량(5천 세트)이 매진되면서 상승세를 타 국내 재출시 때는 해외 수입품으로 오인되는 '브랜드 프리미엄'까지 누렸다. ▲ 작지만 강한 브랜드가 뜬다 'MP3 전문기업인 아이리버가 생산하는 MP3 '아이리버'는 삼성전자의 '옙'을 누르고 1위로 선정됐으며, 공기청정기 부문에서도 웅진코웨이개발ㆍ위니아만도ㆍ청풍 등의 브랜드 지수가 삼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주로 소규모 가전 분야에서 대기업보다 전문 기업의 브랜드 파워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또한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제조ㆍ판매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 1백60억원보다 6배 이상 늘어난 1천억원대가 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강원 강릉시에 100호 매장을 열고 올 연말까지 매장 수를 200개로 늘릴 예정이며, 호주, 싱가포르의 쇼핑몰에 미샤 매장을 내는 계약이 체결단계에 와 있다. 이 회사는 여세를 몰아 중국과 프랑스 등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샤는 저가(低價)가 아니라 정가(定價) 화장품으로 기존의 화장품 원가는 소비자가의 3∼7%에 불과한 것을 감안할 때,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 화장품의 가격 거품을 뺀 합리적 가격의 당당한 화장품"이라고 강조했다. 미샤는 지난해 명동 직영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공격적으로 직영ㆍ가맹점을 늘리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급속히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