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오는 15일 개봉되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이 한은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 사기극을 다뤘다는 점에서 모방 범죄가 일어날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경비와 근무 태세를 대폭 강화했다. 황명관 한국은행 안전관리실장은 13일 "본점은 물론 16개 지역본부에도 `범죄의재구성'이라는 영화에 따른 모방 범죄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지시를 최근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본점과 지역본부 출입자들에 대한 통제와 검문 검색도 최근 들어 훨씬 강화했다"고 전하고 "경비원들은 실탄이 장착된 최신식 기관단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물론 사태가 발생하면 발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영화의 줄거리처럼 위조수표를 이용해 한은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두경 한국은행 발권국장은 "금융기관들이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면 한은 전산망을 통해 하루 전에 미리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금융기관 직원을 가장해 위조수표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하루 전에 통보한 뒤에 돈을 가져가기 위해 한국은행 정문을 통과하려면 사전에 등록된 인물 여부 등을 파악하는 사진 조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영화에나오는 식의 범죄는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영화 제작사인 싸이더스측에 `한국은행'이라는 이름이 영화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법률상 `표현의자유'를 침해할 수있기 때문에 영화사측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난 96년 구미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에 착안했다. 설 연휴 첫 날인2월17일 한은 구미사무소에 대동은행 구미지점 직원을 가장한 범인 2명이 나타나 은행간 내부거래용 백지 당좌수표를 내고 현금 9억원을 인출해 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범인들은 대동은행 구미지점의 금고에서 훔친 한은 발행 백지 당좌수표 1장에 구미지점의 가짜 고무인과 지점장 도장을 찍은 뒤 1만원짜리로 9억원을 인출해마대 3개에 담아 달아났었다. 경찰은 은행 직원이 직접 개입했거나 공모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조기 해결을 자신했으나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