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제지 시화공장은 업종의 특성상 질소산화물(NOx)을 많이 배출하는 공장이다. 5분마다 환경관리공단에 대기오염치를 측정한 데이터를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NOx 발생은 골치 아픈 문제였다. 회사는 NOx 발생을 줄이기 위해 낮은 부하에서도 보일러를 두대나 돌려야 했다. 이 때문에 막대한 열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효성 구미공장에서 '벙커-C 절감용 첨가제(REA)'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일러에 들어가는 중유가 이 장치를 통과하면 완전 연소되기 때문에 배기가스는 물론,열손실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었다. 조일제지는 1천4백만원을 들여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열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사후처리 장치인 전기집진기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간 연료비 4천2백만원,전력비 5천3백만원 등 9천5백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조일제지가 효성 구미공장의 사례를 접한 곳은 '에너지 절약기술 정보협력사업(ESP)' 회의에서였다. ESP는 기업들이 업종별로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교환하는 협의체다. 이 제도는 지난 99년 도입돼 화섬을 식품,석유화학,전기전자,제지,철강,화학,양회 등 8개 업종별 기구가 구성돼 있다. 유사한 공정을 가진 사업장끼리 에너지 절약 신기술과 정보,개선사례 등을 공유하는 제도다. 현재 가입 업체는 약 1백70개에 이른다.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절감한 에너지 비용은 약 1백93억원에 이를 것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은 추정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에너지 절약의 성과를 거둔 또다른 대표적 사업장은 삼양사 울산공장. 삼양사는 열병합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장 전체 및 인근 공장에 스팀과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하는 스팀에서 나오는 응축수 회수율이 떨어져 전체적으로 보일러 급수 온도가 낮아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삼양사는 ESP 회의에서 냉각수를 교체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받고 사용하던 일반 냉각수(cooling water) 대신 보일러에서 나오는 물을 활용한 냉각수(boiler feed water)로 바꿨다. 이를 통해 폐열을 회수하고 냉각수 부하를 줄여 연간 1억2천만원의 절감 효과를 얻었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도 ESP 전기전자분과 세미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연료를 절감한 케이스다. 이 사업장은 보일러 연소용 공기를 기계식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송풍기를 통해 기계실에 공기를 공급하다 보니 공기온도가 변하고 열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외부환경에 따라 공기의 특성 자체가 변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인위적으로 공기의 양과 질을 관리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보일러 연소용 공기의 양과 질을 일정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회사의 보일러 시스템에 적용했다. 이 시스템에 1억원을 투입해 연간 1억2천3백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삼성테크윈은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인 삼성에버랜드로부터 에너지 진단을 받아 지하 저수조의 물을 활용한 수축열 시스템을 설치함으로써 냉방비를 크게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