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여명을 뚫고 불덩이가 솟는다 .. '당진 왜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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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바다가 불그스레 물든다. 어두운 주황색 여명을 뚫고 불덩이가 솟아오른다. 따스함을 머금은 해는 상큼한 바다 공기 사이로 아침을 깨운다. '끼루룩 끼루룩' 갈매기들이 일제히 울어댄다. 사방은 그들의 울음소리로 가득찬다. 무리 지은 갈매기는 바닷가를 좌우로 난다. 한결 같은 갈매기들의 합창과 군무는 떠오르는 불덩이와 하나가 된다. 수평선을 향해 달리는 바다 위에는 고깃배들이 올망졸망 작은 섬들과 어울린다. 왜목해변에는 기암괴석과 어린아이 머리 만한 자갈들이 깔려 있다.
동해의 일출 장면이 아니다. 분명 서해안 해돋이다. 서해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충남 당진군 왜목마을. 왜목 선착장의 일출은 이렇게 갈매기와 함께 온다.
봄에 보는 일출은 나름대로의 개운함이 있다. 새벽 바닷가에 나서면 시원한 바람이 정신을 맑게 한다. 그건 분명 쾌감이다.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봄엔 번잡함도 없다. 신년 해맞이 때면 30㎞ 떨어진 서해대교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룬다. 바닷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해가 중천에 떠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지금은 고즈넉하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깔끔한 해맞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요즘이 적기다. 바닷물이 빠진 해변에서는 조개·고동잡이와 굴따기 등 갯벌체험도 할 수 있다.
당진은 왜목 해돋이 외에도 볼 만한 것이 많다. 당진은 한국에 천주교가 처음 상륙한 곳이다. 때문에 곳곳에 천주교 성지들이 있다. 내포지방에선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솔뫼성지, 최초의 교구청 신리성지, 순교지 해미성지· 갈매못성지와 함께 1929년 완공된 합덕성당 등이 당시의 역사를 말해준다.
다른 고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축제도 있다. 윤년에만 열리는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다. 줄다리기에 사용하는 줄은 운동회에서 보는 밧줄이 아니다. 줄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굵고 길다. 지름이 1m가 넘고 줄의 길이는 무려 2백m,무게는 40t이다. 1만명이 당기는 줄을 꼬는데 볏짚 3만단이 들어간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줄이란다. 지난 4일까지 열렸던 올 축제에서 사용한 줄은 기지시에 가면 그대로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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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해대교를 건너 송악IC나 당진IC로 빠지면 당진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탄다면 안성IC에서 내려와 아산만 방조제 쪽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당진은 예로부터 예당평야와 바다를 끼고 있어 농수산물이 풍부했다.
그만큼 먹거리도 발달했다.
박속을 썰어 넣고 끓이는 박속낙지탕은 개운한 맛이 제대로다.
대합,모시조개,바지락,호박,무,생고추를 넣고 끓이다가 산낙지를 넣는다.
낙지가 어찌나 큰지 2마리만 넣으면 냄비가 그득해진다.
해산물과 야채에서 우러난 국물은 "시원타"는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4인분 3만~3만5천원.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지만 우렁된장 역시 이곳이 원조다.
된장을 끓인 뒤 삶은 우렁을 넣어 한데 비벼 쌈과 함께 먹는다.
쌈장 1만2천원,덕장 1만6천원.꽃게장이나 실치회 등도 이 지역의 유명한 먹거리다.
당진=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