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中 영유권 분쟁의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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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문제 때문만도 아니다.
중국이 일본과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석유를 확보하려는 열망이 깔려 있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스프라틀리 군도(남사군도) 문제에 대해 다투고 있는 것 역시 진짜 이유는 석유다.
중국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센가쿠 열도에서 시위를 벌이는 일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 시민단체들은 수시로 센가쿠 열도에 상륙,시위를 벌여왔다.
최근에도 중국인 7명이 이곳에서 시위를 벌였으며,이들은 일본 해안경비대에 체포돼 오키나와로 압송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들여다 보면 이전과는 큰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 시민단체 회원들의 과격 행동을 자제시키고자 노력했던 중국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센가쿠 열도와 관련,일본 대사관 앞 시위까지도 불법으로 취급했던 중국 정부가 이번에는 시위를 적극적으로 용인하는 모습이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중국 정부가 센가쿠 열도 시위를 묵시적으로 승인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스프라틀리 군도 영유권 분쟁을 살펴보자.중국 정부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이 지역에 관광단을 보내는 일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들을 끌어들여 스프라틀리 군도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를 추진하고 있는 데에는 거북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강경한 경고성 발언을 퍼붓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센가쿠 열도와 스프라틀리 군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다음 세대가 이 문제를 풀도록 하자"는 쪽에 가까웠다.
덩샤오핑 주석이 지난 1978년 일본을 방문,"센가쿠 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양국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지난 2002년 11월 아세안 국가들과도 "스프라틀리 군도 문제와 관련한 양 지역간 충돌을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하자"는 조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원자재'에 대한 현 중국 지도자들의 열망은 이 같은 분위기를 정반대로 돌려 놓았다.
후진타오 주석은 1년 전 권력을 장악한 이후 "석유 철강 등 각종 원자재를 확보해 두는 일은 경제성장과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원자재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에 올랐으며,철강 석탄 등 각종 산업 원자재를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러시아는 물론 이집트 알제리 가봉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외교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석유자원을 확보해두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지질학적으로 다량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매장하고 있는 센가쿠 열도와 스프라틀리 군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에 중국 정부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에도 '석유'라는 이유가 숨어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중국이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하는 데에도 지금의 외교 전략은 주변 국가들에 '중국 공포(China threat)'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원자재 확보 경쟁이 아시아지역 내 갈등과 긴장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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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윌리 램 전 CNN방송 중국 애널리스트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Beijing's Energy Obsession'이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