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개통으로 기대됐던 지방발전효과보다는 지방의 쇼핑인구 자금 등이 서울로 역류하는 고속철역풍이 나타나자 중부권 도시들과 지역경제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과 함께 고속철 개통을 개발호재로 내세워 판촉전을 벌여온 중부권 부동산업계는 예기치 못한 역풍이 크게 번지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천안 역세권 아파트 분양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주택건설업체들은 천안지역 대학가의 원룸들이 텅텅비고 임대료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주로 임대수입을 노리고 중부권 주택투자를 선호해온 수도권 고객들이 외면할까봐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대학생 상주인구가 급격히 빠져 나가자 천안시는 다양한 혜택을 연일 발표하며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천안으로 주소를 이전하는 학생들에 한해 각종 장학금 지원과 해외연수 제공, 취업박람회를 통한 취업기회 부여, 아르바이트 알선 등을 약속하고 있다. 또 대형 스포츠센터 할인혜택, 각종 문화예술행사 할인과 휴양시설 무상임대, 시내버스 요금 7백80원에서 6백80원으로 할인(승차권 구입시) 등을 내걸었다. 총선에도 고속철역풍이 핫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6일 열린 대전 중구 대담토론회에서도 각당 후보들은 고속철개통 이후 서울의 위성도시화를 우려, 당차원의 대책을 제시하며 각축을 벌였다. 고속철 개통 이후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 강창희 후보는 "인물과 돈이 수도권으로 역류하는 위기가 닥쳤다"며 "역세권 개발과 호남고속철 분기점의 대전유치로 영호남 인구를 유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박천일 후보도 대안마련을 촉구했고 열린우리당 권선택 후보는 "수도권 예속과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신행정수도건설을 계기로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고속철도 개통으로 단기적으로 유동인구가 서울로 역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고속철도시대의 개막'이라는 보고서에서 고속철도의 요금과 출퇴근시간대, 수송능력 등을 감안할 때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가 천안아산이나 대전 등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서울 출퇴근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속철도가 일종의 '빨대' 역할을 해서 문화, 상업시설 교육기관 등을 이용하려는 지방의 유동인구를 서울 등 수도권으로 집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지속적인 택지개발사업이 고속철도 개통 효과와 맞물려 도시의 연담화(몇 개의 도시가 연속해 일체화 광역화되는 현상)가 가속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범위가 충청권 북부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토연구원도 고속철도 개통이 수도권 집중과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3시간 걸리던 대구∼서울간 운행시간이 1시간30분으로 단축돼 백화점 병원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고소득 소비자가 서울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전=백창현ㆍ김후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