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4백조원을 넘어선 것은 한국 증시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걸맞게 재평가 작업이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에 힘입어 상장사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2001년 초 1백88조원에서 3년 만에 2배 이상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4백조원 돌파는 핵심 블루칩이 주도하는 증시 리레이팅(re-rating:재평가)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내 증시의 경우 GDP(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중이 55%로 미국(2002년 말 86%) 영국(1백15%) 홍콩(2백84%) 등보다 여전히 낮아 추가 상승 여력도 높다고 지적했다. ◆ 블루칩이 이끈 시가총액 4백조원 지난 200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박스권(500∼1,000)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표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시가총액 비중이 컸던 금융업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수출 및 내수 우량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에 걸친 구조조정과 체질 강화를 통해 상장사 실적이 안정적으로 개선된 것이 주가 상승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LG전자 LG화학 삼성SDI 현대모비스 신세계 SK텔레콤 삼성화재 등 국내 간판기업 '톱10'의 최근 5년간 순이익 추이가 입증해 준다. '톱10'의 1999년 한 해 총 순이익이 8조1천억원이었으나, 2000년 10조9천억원, 2002년 13조2천억원, 2003년에는 14조5천억원 등으로 확대돼 왔다. 경기변동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 증시 재평가의 주역은 외국인 시가총액 4백조원 시대의 주인공은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지난해 거래소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3조7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들어서도 4월7일까지 지난 한 해 매수 규모의 70%인 9조8천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바이 코리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43.5%로 5년도 안돼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는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돼 있던 한국 증시가 재평가받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외국인이 그 성과를 독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최근 2년간 5조원의 배당금을 챙겼으며 앞으로도 매년 3조원씩 빼내갈 전망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