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역풍' 지방경제 비상 ‥ 서울 원정쇼핑ㆍ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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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개통 이후 서울과 가까운 천안 대전 등지에서 쇼핑인구 등이 서울로 역류하는 '고속철 역풍'이 나타나기 시작해 지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백화점 VIP 고객들이 서울로 '고속철 쇼핑나들이'를 가면서 지역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급감하고 있고, 지방대학으로 유학온 서울출신 학생들이 고속철 통학이 가능해지면서 하숙ㆍ자취생활을 청산하고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천안 등지의 지사 지점들에 근무하는 관공서 대기업 금융기관 직원들도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고속철 출퇴근'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엔 전ㆍ월세 집들이 남아돌아 지역 부동산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고, 관광숙박업계도 당일치기 여행객만 늘고 머무르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어 울상을 짓고 있다.
고속철 개통으로 지방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던 지방 경제계는 '수도권에 완전히 예속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대전지역 유통업계는 지난 1일 고속철 개통 이후 지역 백화점 명품매장들의 매출이 격감하자 VIP고객 서울원정 쇼핑이 현실로 다가오는게 아니냐며 크게 걱정하고 있다.
대전 모 백화점 관계자는 "고속철 개통으로 서울~대전이 49분, 서울~천안ㆍ아산이 34분대로 이동시간이 단축되면서 고속철이 '서울의 빨대'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면서 "지방 상권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전 A백화점 명품매장의 경우 지난 4일까지 일평균 매출액(2백50만원)이 30% 가량 뚝 떨어졌다.
B백화점 명품매장 역시 일평균 2백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지만 고속철도 개통 이후 4일간 1백20만∼1백50만원대로 줄어들자 VIP 고객들의 서울원정 쇼핑이 현실화됐다고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2개 대학이 밀집해 있는 천안ㆍ아산지역 원룸업계도 고속철 개통과 함께 비상이 걸렸다.
이 곳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70∼80% 가량이 수도권지역에서 유학온 장기임대자들이어서 매년 신학기에 방이 모자라 아우성이었으나 고속철 개통 이후 통학하는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지역마다 평균 20∼30%가 비어 있는 상태다.
이 여파로 대학가 원룸 14평형의 경우 평균 월세가 40만원에서 35만원으로,10평형은 35만원에서 30만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문화예술계도 서울에 관객을 빼앗길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