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은 과거의 '돈선거'행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데다 '50배 포상제'가 도입되고 일부 예비 후보들이 구속되는 등 당국의 돈선거 척결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선거때마다 판을 쳤던 선거브로커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자연 선거판에 나돌던 '30당20락(3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20억원을 쓰면 낙선된다)'은 일단 옛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걸리면 끝장" "선거 후 50여곳에서 재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그만큼 '몸조심'에 신경쓴다는 의미다. 실제 선관위에 신고한 후보들의 선거비용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5일까지 후보들의 비용신고액 평균이 2천5백5만여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 평균액은 열린우리당 3천3백8만여원, 한나라당 3천1백89만여원, 민주당 2천4백37만여원, 자민련 1천5백98만여원, 민주노동당 1천4백31만여원의 순이었다. 미신고와 불성실신고를 감안해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된다는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돈선거 풍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액수는 크게 줄었지만 중앙당의 실탄지원은 여전하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31일 지역구 후보 전원(2백18명)에게 후보기탁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7백50만원씩 지원했다. 총 16억5천만원이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후보자들에게 1천만원을 추가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재산이 30억원 이상인 재산가 20여명은 지원대상에서 아예 뺐다. 재원은 국고보조금이다. 민주당도 6일 지역구 후보 1백81명 전원에게 기탁금 1천5백만원을 지원했다. 총 30억여원이 나갔다. 재원은 국고보조금으로 남은 돈이 별로 없는 상태여서 추가 지원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후보개인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은 채 16개 시ㆍ도 당에 2천만∼8천만원씩 모두 6억여원을 내려보냈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막판 후보들에 대한 지원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당 관계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지원할 여력이 없어 고민"이라며 "별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돈선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잘 된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창ㆍ홍영식ㆍ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