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직장인 자기계발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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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김선영 과장(31)은 올해부터 야간 경영대학원에 다닌다.
새벽 동시통역 학원에도 등록했다.
"업무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것도 안 하자니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는 게 이유다.
애경산업 홍보팀 이재이 과장(36)도 "뭔가 해야겠는데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일단 영어회화 학원부터 다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오정(45세 정년)'으로 대변되는 직장인 조기퇴출 풍토가 굳어지면서 30,40대 직장인들이 '자기계발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생존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주 증상이다.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에 따르면 샐러리맨 10명 중 7명이 '영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홍보·PR·광고(83.3%)와 마케팅·영업직(81.3%)은 특히 영어 등 외국어 문제로 고민한다고 답했다.
'경쟁에서 뒤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때문'(41.4%)이 압도적이었다.
'업무처리에 지장이 있어서'(31.4%),'승진에 지장이 있다'(17.7%)와 같은 '실체적인' 이유를 앞지르고 있는 것.
'자기계발 스트레스'와 더불어 직장인 사교육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채용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최근 직장인 1천7백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명중 3명은 '자기계발'을 위해 따로 교육을 받고 있다.
여기에 들이는 비용은 매달 평균 19만3천원.55만원 이상을 들인다는 응답(4%)도 있었다.
가장 흔한 것이 '외국어'다.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학원마다 직장인이 북적대고 직장인들을 위한 경력관리 강좌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익훈어학원의 경우 직장인 비중이 높은 새벽반 저녁반 주말반 수강생이 작년에 비해 10∼30% 늘었다.
이밖에 재무·회계,성공학 강좌도 직장인들이 많이 찾았다.
'체력'도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여겨지면서 체력단련에도 씀씀이가 날로 커지는 추세다.
이·전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을 위한 '경력 컨설팅 비즈니스'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개최한 경력개발 세미나에는 1천명 정원에 3천명 이상이 몰려들기도 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03년도 도시근로자 가구 가계수지 동향'에서도 이같은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외국어강습비 체력단련비 등을 포함한 교양오락서비스 지출은 4만6천3백32원.전년에 비해 6.76% 증가했다.
이는 실질 소득 증가율 1.8%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인크루트 경력개발연구소 노주선 이사는 "종신고용이 무너지면서 샐러리맨들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퍼지고 있지만 딱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담이 많다"며 "자신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우선 점검한 후 그를 강화시킬 스케줄을 짜서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