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강의효과 확실해요" ‥ 대구영신고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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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시작된 EBS(교육방송) 수능방송의 사교육 대체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방의 한 고교가 일찌감치 성공사례를 이룩해 놓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구 20개 고교 중 최하위권이었던 영신고등학교가 EBS TV수업에 '올인'하면서 학생 성적이 전국 최상위권으로 올랐다.
박성진 교장은 "교육방송 과외 효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방송과 교실교육을 적절히 조화하면 학원과외는 필요없다"고 단언했다.
이 학교가 EBS교육방송 녹화 강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방송강의 4년 만에 전국 평준화 지역 인문계 고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른 모의고사에서 1등으로 올라섰다.
최근에도 대구시교육청에서 실시한 학업성적 향상도 평가에서 1학년 입학생 대비 졸업생의 학업성적 향상률이 대구에서 가장 높았다.
방송강의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도 큰 학습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 영신고 신입생 진단고사에서 대구지역 순위 1천명 이내에 드는 학생이 5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졸업생 중 수능 1등급을 받은 대구 학생 7백70명 중 이 학교 학생은 15명에 이르렀다.
3학년인 마정수군의 경우 입학 당시 4백80명 중 1백등 내외였지만 지금은 전교 3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올랐다.
이동석 영신고 교감은 "2년 동안 학교에서 교육방송 시청 지도를 받은 후 3학년이 됐을 때 대부분 학생의 성적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영신고가 방송 강좌를 도입하게 된 것은 학군이 좋지 않아 영세민 비율이 10%를 넘어서고 학부형 중 의사 변호사도 한명 없는 상황에서 방송교육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아침과 오후 저녁에 하루 3번 4시간에 걸쳐 방송강좌를 시청한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은 거의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방송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식사 2끼를 포함해 월 12만원이면 충분하다.
이 금액도 조달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이 매월 장학금으로 월 1백만원을 조성해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교사들의 철저한 지도와 짜임새 있는 방송수업 시간표,중하위권 학생을 위한 반복시청 등으로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
초창기에는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 학생 모두가 소극적이어서 방송수업 진행을 힘들게 했지만 각종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향상되자 열의가 일기 시작했다.
정부의 방송과외 방침이 나오면서 이 학교는 경향 각지 고교의 견학요청이 쇄도해 학교당국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영신고의 사례는 최근 정부가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방송과외방식을 채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신고측도 교육청을 통해 "방송과외를 하면 사교육대체 효과가 확실하다"고 청와대와 교육부 등에 건의했다.
이동석 교감은 "방송수업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시간과 정열을 투자해야 하고 뭣보다 교사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핵심"이라며 "영신고가 사립고여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 성공을 앞당기는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