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부채비율 하락 좋아만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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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결산 상장제조업체들의 부채비율이 사상처음 1백%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재무구조개선이란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를 하기보다는 불투명한 경기전망 등을 의식해 일단 빚부터 갚고 보는 소극적 경영으로 일관해 온 결과란 점에서 우려를 감추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부채비율이 1백%를 밑돈다는 것은 자기자본금이 부채규모보다 더 많다는 뜻으로 기업들이 고질병으로 간주되던 차입경영 체질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외환위기 당시인 97년말에만 해도 3백40%에 달했던 것이 불과 6년만에 이처럼 개선돼 경이적인 성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과 일본 제조업체들의 평균부채비율이 1백60%대인 점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절대 과소평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급격한 부채비율 감소는 기업들이 얼마나 투자의욕을 상실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결코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순이익이 사상최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기 보다는 빚을 갚고 현금보유를 늘리는데만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익 증대가 수출호조 및 저금리라는 외부환경에 주로 의존한 것이라는 점이 큰 부담요인이다.
내수경기는 냉랭하기 짝이 없어 2월중 산업생산이 16%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은 도무지 확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총선을 앞둔 정국불안과 이로 인한 정책의 불확실성이란 요인까지 겹쳐 있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데 신규고용이 창출될 리 없고 소비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또 이는 서로가 맞물리면서 악순환 구조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부채비율이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위기의식을 떨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기업들로 하여금 여유자금을 투자로 돌리게 만드는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때문에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예측가능한 경제환경을 조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투자의 발목을 잡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를 철폐해 기업의욕을 되살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 밝은 미래가 보장될 리 없다.
나라경제 차원에서도 투자부진은 성장잠재력 및 국가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질 뿐이다.
극심한 저성장 속의 순익 급증은 결코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