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아시아지역 석유화학 업체들이 정기보수 일정을 일제히 앞당기기로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생산량을 종전보다 하루 1백만배럴씩 감산키로 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어차피 정기보수를 실시해야 하는 업체들로선 일단 원료 가격 급등기에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계산. 그러나 생산량을 줄여 그동안 한껏 오른 제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보자는 속셈도 다분히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수요폭발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유화제품의 가격은 2·4분기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기보수 앞당긴다 호남석유화학은 1일부터 나프타분해공장(NCC)의 가동을 중단했다. 3일께부터는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공장 등 여수공장 전체가 올스톱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나프타를 실은 8만t급 탱커가 매달 3∼4척씩 들어왔지만 4월 중순까지는 배 구경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정기보수를 했던 에쓰오일도 5월부터 또다시 보름간 일부 정제처리시설에 대한 점검에 들어가기로 했다. SK㈜도 5월부터 40일간의 정기보수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시아지역 정유 및 유화업계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니폰오일은 5월과 6월 사이에 하루 정유량을 42.5% 줄일 방침이다. 일본과 대만 등 유화업체들의 보수일정도 대부분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NCC공장의 가동중단은 PE 및 PP 생산공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석유화학제품 가격의 고공행진은 물론 수급대란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유화제품가격 고공행진 에틸렌과 프로필렌 가격은 현재 t당 7백60달러와 6백85달러(중국도착조건)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각 7백93달러와 7백4달러)에 비해선 한풀 꺾인 상태다. 하지만 오름세에 있던 작년 12월과 비교해도 t당 1백달러나 웃도는 수준이며 상승기조에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최근의 가격급등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화업계 한 관계자는 "2002년 바닥을 친 석유화학경기가 올해 겨우 호황국면의 초기단계에 진입했을 뿐"이라며 "저임금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도산되는 등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는 최근 세계경제보고서를 통해 OPEC이 '목표가격밴드제'를 실시하면서 국제유가 결정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