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역풍에 시달리고 있는 2야(野)에 `여인 천하'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3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朴槿惠)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고, 아직본인이 수락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추미애(秋美愛)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단독 추대, 여성이 두 야당의 얼굴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여성의 정치적 입지가 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 이같은 여성들의 위상은 극히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들 두 여성 지도자는 `4.15 총선' 사령탑으로 당을 진두지휘해 탄핵 파고를돌파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됐다. 야당의 명운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탄핵 역풍에 휩쓸려 무너져내리고 있는 양당의 구원투수로서 그 역할에 성공할 경우 정치권내에 확고한 입지를 확보, 향후 정국을 주도해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치적 자생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15,16대를 거친재선의원들로서 당 지도부에 강하게 맞서온 반골 기질을 갖춘데다 정치적 소신과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양당 내부에서 탄핵 철회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두 사람 모두 이를 마다하고 있다. 대신 당개혁과 쇄신을 통한 정면 돌파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들의 공통된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 궤적은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 박 대표에게는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후광이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됐다면 추 의원은 법조인으로활동하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으로부터 발탁된 케이스다. 박 대표는 어릴적부터 부친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정치 수업을 받아온 반면 추의원은 뒤늦게 정치에 눈을 떴다. 이 때문에 박 대표가 정형화된 정치 언행을 해온데 비해 추 의원은 상황 대처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계기로 정치라는 대해로 뛰어든 이들 두 여성정치인이 한국정치사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 지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