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와 관련된 정국불안이 아시아 증시를 강타한 22일 한국 증시도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는 19.64포인트(2.22%) 하락한 863.69에 마감됐다. 시황 분석가들은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데다 '대만쇼크'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주가하락의 주된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만쇼크가 한국증시에 미칠 영향은 '중립'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대만쇼크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시킬 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가장 중요한 변수인 외국인 동향에서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대만증시가 6.68% 급락한 이날 외국인은 한국증시에서는 순매수(4백25억원)했다. ◆한국·대만에 대한 외국인의 엇갈린 매매패턴 이머징마켓의 1,2위 시장인 한국과 대만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 탄핵'과'총통 부정선거'라는 정치쇼크에 휩싸였지만 외국인의 반응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 증시가 '탄핵쇼크'로 휘청거린 지난 12일 이후 외국인은 순매수 기조를 지속해오고 있다. 다만 매수강도가 다소 줄었을 뿐이었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탄핵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된 것은 정국불안 탓이 아니라 미국의 경기회복 모멘텀 둔화와 그에 따른 미 증시 조정이 근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대만쇼크에 대해서는 시니컬하게 반응하고 있다. 총통선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은 대만시장에서 2조9천9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투매가 나온 22일에는 외국인의 저가 매수가 유입되기도 했다. 이경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총통선거에 따른 정국불안이 그동안 차익실현 여부를 저울질하던 외국인에게 매도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매매패턴으로 볼 때 외국인은 한국의 탄핵쇼크를 국내 정치문제로 간주하고 있는 반면 대만쇼크는 국가시스템 문제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쇼크의 영향은 '중립'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 대목은 이머징마켓의 선두시장인 한국과 대만이 비슷한 시기에 정치쇼크에 휘말려 '국가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ABN암로증권은 이날 "대만 정국 불안으로 FTSE그룹이 대만증시의 선진국지수 편입 결정을 늦출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대만이 늦춰지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사장은 "단기적으로 이머징마켓 전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지만 대만쇼크가 한국경제 펀더멘털과 무관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대만쇼크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대만시장의 비중을 축소하는 만큼 대체시장으로 간주되는 한국시장의 비중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