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14년이나 남은 종합병원장 자리를 마다하고 열악한 환경의 해외 봉사를 자원한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북 정읍에 있는 3백5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아산병원의 황혜헌 원장(51·가정의학 전문의)은 오는 30일 의료시설이 열악한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작은 병원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떠난다. 황 원장의 베트남행은 2년 전 등록한 한국국제협력단의 해외 파견 신청이 지난 2월 확정되면서 황 원장이 아산재단에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뤄졌다. 황 원장이 근무하게 될 병원은 하노이 시립병원의 분원 격으로 병리사와 간호사를 포함,5명 내외의 의원급 병원이다. 의료진만 3백여명이던 정읍 아산병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우 또한 보잘 것 없다. 급료는 지금의 3분의1 수준이고 일정 지역의 고정 환자와 무의촌 진료,병원 직원들의 급여도 자체 해결해야 한다. 황 원장은 "돈이 없으면 불편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아도 거추장스러울 것 같다"며 "다행히 아이들은 다 컸고 아내도 함께 간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중학교 때 미국의 자선단체로부터 월 2만5천원씩의 장학금을 받아 학비와 집안 생활비에 보탰었고 베트남에 있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10년 동안 매월 2만원씩 성금을 내기도 해 인연이라면 인연이고 보답이라면 보답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현지 봉사기간에 대해 황 원장은 "현지 언어 습득 등 과제가 많아 언제 귀국할지 모른다"며 늙으신 부모님과 친지들과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정읍 경실련 공동의장으로 경제정의 실천에도 앞장섰던 황 원장은 그동안 전남·북 지역의 도서 벽지를 찾아 월 20회씩 연간 1만여명에게 무료 시술을 전개해 왔다. 황 원장의 이임식은 오는 26일이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