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의 묘를 옮기라니? 두 번 다시 찾아올 생각도 마시오." 1백만평 규모의 LCD산업단지를 유치한 경기도 파주시에는 '분묘이장독려반'이라는 태스크포스팀이 설치됐다. 단지 내 묘소를 이장해줄 것을 설득하러 곳곳을 누비는 팀이다. 파주시가 산업단지 조성에 지역 내 묘지가 걸림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지난해 3월. 시는 즉시 3명씩으로 구성된 3개 '분묘이장독려반'을 구성,묘지 주인들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이장해야 하는 묘는 총 3백76기. 동네 이장과 원로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무연묘(연고자가 없는 묘)의 연고자까지 모두 찾아내는 데는 꼬박 6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막상 찾아간 연고자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냉랭했다. "남의 조상님 묘를 왜 정부가 옮겨라 말아라 하느냐"는 호통만 듣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던 파주시는 6급 이상 간부 20명으로 구성된 추가 독려반을 조직했다. 아무래도 연륜이 필요했던 것. 이들 추가 독려반은 일주일에 두번꼴로 연고자들을 찾아가 설득작업을 벌였다. 읍·면사무소 근무 경험을 살려 동네 어르신들을 통한 회유작업도 동원했다. "LCD 산업단지만이 낙후된 파주의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간곡히 설명 드렸죠.시청은 이 일을 위해 시장에서부터 말단직원까지 밤을 새워가며 일하고 있다며 동정심을 이끌어내기도 했고요.무엇보다 젊은 사람들 일자리가 많이 생길거란 설득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파주시 사회복지과 백운용 주사) 이렇게 파주시는 지난달까지 총 분묘의 40%인 1백49기의 묘를 이장했고 나머지 2백27기의 이장 날짜도 모두 받아냈다. 그나마 올해가 묘지 이장에 좋다는 윤달이 끼여 있는 윤년인 점도 큰 도움이 됐다. 단장 2백65만원. 합장 3백24만원의 분묘이장비 지원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