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융지주회사 성공하려면..오이겐 뢰플러 사장(영어원문 첨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이겐 뢰플러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사장
지주회사는 두 가지 이유로 한국 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우선, 재벌들은 소유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둘째 금융지주회사는 은행, 증권, 자산운용회사와 보험 등 여러 금융 서비스를 한 지붕 아래 엮음으로써 고객들에게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이론은 지주회사같은 기업구조보다는 시장원리에 초점을 두었다.
미국의 저명한 신제도주의자인 올리버 윌리엄슨은 지주회사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한 몇 안되는 경제학자 중 하나이다.
그는 지주회사의 주기능을 그룹 계열사 간의 자본 배분이라고 생각했다.
자본의 배분은 보통 자본시장이 하지만 윌리엄슨은 지주회사를 내부 자본시장으로 여겼다.
윌리엄슨은 그 이유에 대해 "지주회사는 자본시장에 비해 결정적으로 유리한 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지주회사는 계열사의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며, 계열사에 관한 권한도 가지고 있다.
즉, 극단적인 예이지만, 필요하다면 계열사 경영진을 해임하는 등과 같은 방법으로 지주회사는 일반 주식시장보다 자본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문제점은 소유권이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액 주주들은 겨우 몇 푼의 수익을 더 얻기 위해 투표권 행사에 따르는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 주주는 경영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다른 주주들이 대신 조정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주주들이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무임승객의 문제는 주식시장이 경영자를 통제하는 데에 얼마나 비효율적인 지를 나타낸다.
개인적으로는 윌리엄슨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어 보이나,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지주회사가 자본시장보다 계열사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를 한다.
그러나 지주회사가 지주회사 자신의 이익이나 특정 주주의 이익이 아닌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주주권을 발휘할 것을 어느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윌리엄슨의 이론은 이 핵심적인 질문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지주회사는 과거 재벌 구조에 비해 소유권의 투명성 증대 및 자회사 주주들의 권리 보호 면에서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문어발식 기업확장이 초래하는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삼성이나 GE처럼 성공적인 복합기업의 예들도 있지만,이들은 예외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금융지주회사는 어떠한가?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서비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의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소매금융, 기업금융, 증권업, 생명보험, 손해보험과 자산운용업 등 각각의 금융 서비스를 서로 유사한 업종으로 보아야하는 지, 아니면 엄격히 구별해서 봐야하는 지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존재한다.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특정업종에 특화되어 있다.
AIG, 알리안츠나 Axa와 같은 글로벌 보험사들은 여전히 보험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또한,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나 메릴린치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기업금융 및 증권업에 특화되어 있다.
그렇다고 포괄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개념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례로, 세계적인 규모를 갖춘 자산운용사들의 대부분은 은행이나 보험업을 모체로 하는 금융그룹의 자회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은 고객의 선호도를 포함해서 관련 시장의 특성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하며,자사의 핵심능력이 금융상품의 판매에 있는지, 운용에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포괄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흔히 "금융수퍼마켓"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백화점과 같은 전형적인 소매업들은 상품을 생산해내지 못한다.
금융지주회사의 모체가 은행이라면,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보험이나 자산운용과 같은 비은행상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