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38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기름값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항공ㆍ해운사 유화업체는 유가 상승으로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유가 상승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동차ㆍ가전 업체도 유가 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을 걱정했다. ◆ 직격탄 맞은 항공ㆍ해운 유가 급등이 이어지면 추가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항공업은 기름값이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인건비에 맞먹을 정도로 높다.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30달러로 잡고 사업계획을 짠 대한항공의 경우 기름값이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백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회사측은 인천공항 인근 율도 비축기지와 인천ㆍ김포공항 내 저장시설에 한국발 항공기가 45일 정도 사용할 항공유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 강세가 지속되면 큰 타격을 받는다. 비축기지가 없는 아시아나항공은 초긴장 상태다. 싼 값에 항공유를 확보해 저장해둘 비축기지가 없어 사실상 유가 인상분을 비용 부담으로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해운업체들은 3개월 단위로 유가 인상분을 운임에 반영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급등엔 뾰족한 방책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해운사들은 단기적으로는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주유하는 방법으로 손실을 줄이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연료유값이 10% 정도 차이가 난다"며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기름을 넣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사들은 그러나 유가의 고공비행이 지속되면 기본 운임에 유가 연동 할증료를 3개월마다 수정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1백8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수익성 악화 우려하는 유화ㆍ화섬 정유ㆍ석유화학ㆍ화섬 업계는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염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한 내수시장 때문에 오른 원유가격을 제품가격에 1백%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하는 유화업계도 원가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삼성아토피나 관계자는 "원가가 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라며 "일부 대형 유화업체의 경우 제품가격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찬바람 부는 자동차ㆍ가전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올라 자동차 유지비 부담이 커진다. 이럴 경우 침체된 자동차 내수경기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걱정했다. 자동차업계는 기름값이 10∼20%가량 오르면 자동차 운전자들이 매달 3만∼5만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가 상승의 영향을 덜 받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석유화학 원료를 이용한 플라스틱 부품값이 올라 원가 부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병일ㆍ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