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67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은닉해 74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는 17일 "1백67억원은 1987년 결혼축의금으로 받은 18억원을 외할아버지가 14년간 굴려 만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증여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세포탈의 고의는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사채업자들은 18억원어치 채권을 아무리 사고팔아도 70억원 이상으로 불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고 추궁하자 그는 "14년 가까운 시간이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맞받았다. 검찰이 또 "계좌추적 결과 73억원은 전두환씨의 비자금 관리인들 계좌와 이어져 있고 전씨가 장인인 이규동씨에게 수십억원씩 수차례 줬다고 한 것으로 봐서 이 돈은 전씨가 부정축재한 은닉 비자금으로 보인다"고 몰아붙였지만 "축의금 관리를 외할아버지에게 부탁했다 돌려받은 것"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검찰이 "수십억원대 축의금을 아버지 모르게 받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자 "외할아버지가 결혼축의금으로 받았다고 했고 어머니와 상의해서 준 거라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재용씨는 이 돈을 가ㆍ차명 계좌로 관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아버지의 추징금 문제 등 특수한 상황에서 나의 재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재용씨는 2000년 12월말 외조부 이규동씨로부터 액면가 1백67억여원(시가 1백41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받고도 증여재산을 은닉, 74억3천8백만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4월7일 오전 10시.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