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가 금년 내에 팔릴 가능성이 커졌다. 진로 매각에 이견을 보여온 대한전선 골드만삭스 코아기업구조조정전문 등 채권자와 당사자인 진로가 조기 매각에 사실상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회사 손에 넘어갈지,아니면 국내 회사에 넘어갈지 여부만 남게 됐다. 진로가 외국회사에 넘어가면 국내 주류시장은 위스키 맥주에 이어 소주마저 외국 자본에 장악되는 구도가 된다. ◆연내 매각에 의견일치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진로 관계인 집회에서 골드만삭스 대한전선 코아구조조정은 다같이 '조기 M&A(인수·합병)를 통한 진로 경영정상화' 의견을 냈다. 이날 관심을 끈 것은 골드만삭스와 대한전선의 주장이었다. 골드만삭스는 대리인을 통해 "공개경쟁입찰로 진로를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1년내 매각에 실패 하더라도 후속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도 제안했다. 조기 매각을 통해 채권을 빨리 회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 골드만삭스는 진로와 진로재팬을 묶어 패키지로 매각하자는 의견도 냈다. 진로홍콩을 통해 '투자'해둔 돈을 거둬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재팬의 상표권을 가압류하면서 일본 법원에 보증금을 공탁해뒀다. 대한전선은 무조건 이른 시일 내에 진로를 공개 매각하자고 요구했다. 정리계획안이 결정되는 날로부터 1년을 넘기지 말자는 의견이었다. 최대 담보채권자인 대한전선은 채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리담보권 변제기간도 5년으로 늘리자고 요구했다. 대한전선은 가능한 한 많은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진로를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코아구조조정은 "정리계획안 인가일로부터 9개월 내에 법원 허가를 얻어 공개경쟁입찰에 부쳐 M&A를 실시하자"고 밝혔다. 한 참가자는 "진로 인수를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진로도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동의했다. 이원 관리인은 "1년 내에 M&A를 실시하고 시일이 촉박할 경우 내년 11월까지 매각시기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주장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전선·골드만삭스 대립 이날 집회는 대한전선과 골드만삭스간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뜨거웠다. 대한전선은 진로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골드만삭스의 각종 요구에 대해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대한전선이 요구했던 '정리담보채권 10% 출자전환'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대한전선과 정면대립했다. 이날 집회는 진로측이 대한전선의 출자전환 요구를 삭제하는 수정검토안을 내면서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대한전선측은 "담보채권자의 출자전환을 허용해 놓고 이제 와서 뒤집는 것은 골드만삭스 등 외국자본의 압력에 진로가 굴복한 데 따른 것"이라며 진로측을 비난했다. 코아구조조정도 골드만삭스가 야기한 진로재팬 분쟁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대한전선의 주장을 거들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다음 집회는 오는 4월2일 열리며 이날 정리계획안이 의결되면 인가절차를 거쳐 매각작업이 진행된다. 고기완·장규호·임상택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