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선거'에 우는 사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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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
소규모 인쇄소가 빽빽하게 들어선 이 일대에는 간간이 배달용 오토바이의 달달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사람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
선거철만 되면 가장 바쁘다고 소문난 이곳이지만 총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활기를 찾기가 어렵다.
H인쇄의 이모 사장(50)은 "이번 선거는 처벌법규가 워낙 엄격해 정당측 홍보물 제작의뢰가 뚝 끊겼다"며 "후보인쇄물이라고는 선관위에서 의뢰해 온 물량이 전부"라고 귀띔했다.
'총선 특수'가 완전 실종됐다.
전국의 인쇄업체는 물론 선거 때만 되면 동반 특수를 누렸던 음식점과 유흥주점, 여행, 관광, 유통업계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이번 선거에 따른 매출은 예년에 비해 최대 8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특수가 급랭한 것은 선거법위반 사례를 신고할 경우 최고 50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등 선거법이 대폭 강화된데다 경찰도 1계급 특진을 내걸고 선거사범 적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거액의 포상금을 노린 일명 '선파라치'까지 가세하면서 선거열기가 냉랭해진 것.
22대의 관광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S관광은 이번 4ㆍ15 총선을 한달여 앞둔 현재 주말 버스 가동률이 20%에도 못미친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선거가 없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가동률 50%대에도 크게 못미치는 실정이다.
안산의 S관광도 선거특수가 실종돼 58대의 보유버스중 30∼40대를 출ㆍ퇴근 버스로 활용하고 있다.
화성시의 D온천도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단체 이용객이 줄면서 이용자가 평소보다 30∼40%가량 줄었다.
부산의 송월타올 전효섭 영업팀장은 "관공서와 기업들까지 행사를 연기하거나 중단해 보통 때보다 20% 이상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빨리 4월 총선과 6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야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부산 부산진구 범냇골의 대형 음식점 C가든 직원도 "한층 강화된 선거법에 단체손님들이 예약했던 것도 취소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광우병 등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판에 선거까지 겹쳐 장사가 이처럼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 지역의 관광업계는 선거 때문에 평소 상춘관광을 가던 수요마저 실종됐다고 아우성이다.
25대의 관광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문화관광의 편기승 과장은 "작년만 해도 3∼4월 일요일에 광광버스 예약률이 90%를 넘었는데 지금은 30%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전남의 관광버스업계도 수학여행과 꽃놀이 온천욕 등 봄철 성수기를 맞고도 죽을 쑤고 있다.
전남 전세버스운송조합 박범수 이사장은 "수학여행철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등 선거를 앞두고 단체관광을 아예 피하는 분위기"라며 "업계의 가동률이 지난해에 비해 50%를 훨씬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특수를 누렸던 모바일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선관위가 문자전송 금지 등 핸드폰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바람에 휴대폰과 관련해 특수를 기대했던 무선인터넷 개발업체와 컬러링업체, 벨소리업체, 배경화면 그림다운업체, 문자와 소리메시지 전송업체들도 영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 전국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