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당 발행한도가 기재된 어음이 새로 선보이는 등 어음제도가 개편될 전망이다. 또 2년 연속 적자를 내 자본이 잠식된 기업에는 어음장 교부가 중단되는 등 어음장 교부 및 당좌예금 개설요건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와 은행들은 최근 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어음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회의에서 정부는 현재처럼 어음발행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음부도와 위조나 변조에 따른 피해가 크다는 점을 들어 장당 발행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어음에 '1천만원 이하, 5천만원 이하, 1억원 이하, 5억원 이하' 등으로 발행한도를 명시하자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발행한도 표시가 업체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전격적으로 신규 어음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대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은행들은 도입 초기엔 어음의 장당 발행한도 구분을 '5천만원 이하, 1억원 이하' 등으로 단순화하고 현재의 발행한도가 표시되지 않은 무정형 어음도 함께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와 은행들은 또 당좌예금 개설 및 어음장 교부조건도 강화, 거래업체의 결제 능력에 맞는 어음을 교부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은행들은 2년 연속 결손으로 자본이 잠식된 업체나 부채비율이 1천%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당좌거래를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또 연체, 대위변제 등 각종 신용불량 규제를 당한 사실이 있는 기업중 고의성이 있거나 상습적인 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서도 당좌거래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1개월 이상 은행거래를 하면 당좌거래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바꿔 6개월 이상 은행거래를 해야만 당좌예금을 개설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좌거래를 하고 있는 업체도 매년 한 번씩 신용조사를 실시, 복식부기를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당좌거래를 중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한 관계자는 "기존 우량기업이나 신설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어음부도나 사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이번 어음제도 개편의 취지"라며 "은행 실무자들의 면밀한 검토와 업계 의견을 들어 개편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