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짙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대통령 탄핵' '테러' 등 국내ㆍ외 돌발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여유 자금을 굴리려는 사람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같은 '안개증시'만은 아니다. 은행의 예금금리도 다시 떨어져 일반투자자의 재테크 전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소간 리스크를 안더라도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식시장이 불안하다고 해서 무조건 발을 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들이 직접 종목을 고르고, 매수타이밍을 잡는 데는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이다. 주가변덕이 갈수록 심해져 '수업료'를 톡톡히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재테크 전문가들은 "위험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투신사 및 증권사의 간접투자상품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주식투자에 따른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간접투자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달들어 간접투자상품의 판매가 1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최근 증권ㆍ투신사 영업점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간접투자상품은 적립식펀드,절대수익추구형펀드, 일임형 랩어카운트 등 세가지다. 특히 이들 중에는 상당수가 종합주가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등 수익성도 꽤 짭짤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 적립식펀드 은행 정기적금처럼 매월 일정액을 적립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계산되는 상품이다. 주가하락에 따른 위험성이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훨씬 낮다는게 장점이다. 목돈투자가 아니라 장기간 돈을 분산해 투자하기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이 쌀 때는 더 많이 사고, 비쌀 때 더 적게 사게 됨으로써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 주가의 기복이 심한 국내주식시장에서는 목돈투자보다 적립식 투자가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펀드는 투자기간이 길면 길수록 수익률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에 노후대비용 자금마련, 자녀의 학자금 준비, 주택마련 등과 같은 장기목적을 세운 다음 투자를 시작하는게 바람직하다. 또 적립기간중 주가가 하락해도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지속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일반 주식형펀드가 주가상승시에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것과 달리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는 주가 등락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펀드의 주식비중을 10∼30%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나머지를 채권 선물옵션 등에 투자한다. 현물ㆍ선물간 차익거래, 롱쇼트(long-short) 플레이, 스트럭처매매 등 첨단 운용기법을 동원해 원금보전을 추구하면서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운용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투신권 절대수익펀드의 목표수익률은 월 1%, 연간 8∼10%대다. 미래에셋의 절대수익펀드(ARF)는 한달여만에 3천5백억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절대수익펀드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장세가 불투명해지자 은행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절대수익추구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랩 어카운트 증권사가 투자자의 돈을 맡아 운용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상품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삼성ㆍLG투자ㆍ대우ㆍ동원ㆍ미래에셋증권 등 5개사가 판매에 나서 현재 14개사가 랩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4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1조5천억원이 이 상품으로 유입됐다. 증권사들은 랩을 투신사 주식형펀드의 경쟁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운용인력을 보강하는 등 자산관리서비스 업무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랩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돈을 모아 이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결과대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투신사 주식형펀드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랩은 고객별로 별도의 계좌가 있어 개인별 맞춤식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고객이 실시간으로 매매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투신사 펀드의 경우 가입금액에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랩은 보통 1천만∼5천만원 등 최소가입 금액이 정해져 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직접투자자들의 경우 주식형펀드와 랩어카운트에 일정 부분을 투자함으로써 전문가들은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고 매매 타이밍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투자방법"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