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인 고 건(高 建) 총리의 `권한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비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권한정지 상태에 있고, 고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의 역할을 수행하긴 하지만 노 대통령의 `고유 영역'인 인사권과 주요 법안처리 등의 업무도 과연 대신 처리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장 4월 총선이후 검사장급을 비롯한 대규모 검찰인사가 예정돼 있고, 금융통화위원과 공기업 임원 인사, 사면법 개정안 재의 여부 등 고 대행이 처리해야 할 인사와 주요법안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법적, 제도적 미비는 물론이고 유사한 사례조차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논란과 혼선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과 `코드'가 잘맞는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고 대행의 업무범위를 설정하고 나섬으로써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형국이다. 강 장관은 "고 대행은 관리자이므로 통상적 업무만 수행한다는 것이 다수 견해"라며 사면법 처리문제를 포함, 권한대행의 직무범위에 대한 법률 검토 방침을 밝혔다. 강 장관은 특히 "고 대행이 개각이나 중요한 인사를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발언은 법무장관으로서 개인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으나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고 총리의 지휘감독을 받는 장관으로서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범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비쳐진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6일 "본분을 망각한 경거망동"이라며 집중 성토, 정치 쟁점화할 뜻을 분명히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통령 의중을 반영해 고대행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며 특히 `헌법재판소 결정이 이르면 4월초에 내려질것'이라고 한 강 장관 발언에 대해 "독립된 헌법기관인 헌재의 첫 평의도 열리기도전에 법무장관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얘기"라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도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강 장관은 '대통령은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이번 탄핵파동에 일조한 사람"이라며 "이번망언에 대해 법사위를 조속히 소집해 강력 추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특히 강 장관이 인사권은 고 대행의 직무범위내 포함되기 어렵다는입장을 밝힌 데 대해 "상사의 직무범위를 축소하고 고 대행체제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사태가 이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고 대행은 국무위원들에게 "지금처럼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정치사안에 대해 발언할 때 신중을 기해달라"고 `입조심'을지시했다. 물론 총리실측은 강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고 대행이 국정혼선과 야당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해 이같은 지시를 내린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같은 미묘한 상황 전개에 대해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한마디로 야당의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측에 우호적인 여론이조성되고 있는 마당에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려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우를 범하지않겠다는 것이다. 핵심관계자는 강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한 입장을묻자 "따로 할 얘기가 없다"며 입을 닫았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