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1:05
수정2006.04.02 01:07
부동산 재산을 은닉하려는 사람에게 이름을 빌려준(명의수탁) 사람은 민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남의 이름을 빌린(명의신탁) 사람이나 명의수탁자 모두 법적·경제적 불이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이미 지난해 명의신탁자에 대해서 "과징금이나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김진권 부장판사)는 16일 직원 체불 임금을 안주기 위해 재산을 숨겨두려는 동서의 아파트를 자기 이름으로 등기한 오모씨(54)가 "임대주택 우선분양 대상자인 무주택자로 인정해 달라"며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분양자지위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의수탁자를 무주택자로 인정할 경우 이를 악용한 재산은닉,투기, 탈세 등을 막기 어려워진다"며 "이는 국민 주거안정과 주택 공급질서 확립을 위한 임대주택법 취지와 부동산실명등기제도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 계약을 무효라고 규정하는 것은 명의신탁자나 수탁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들 신탁행위를 한 측과 (이 사실을 모른 채) 거래하려는 쪽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며 "무주택자의 자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공서 서류에 기재된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