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발발한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 내 이슬람양대 종파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는 사담 후세인 전(前) 대통령 시절에는 권력을 장악한 최대 정치세력이었으나 지금은 `소수파'로 밀려난 반면 인구의 60%나 되는 최대 종파이면서도 전쟁전에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던 시아파는현재 당당히 중심세력으로 성장했다. 미국은 전후 과도정부인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를 인구기준으로 구성, 이라크최대 종파인 시아파 지도자들을 대거 발탁해 후세인 전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수니파를 견제했다. 이에 비해 수니파는 비록 예전과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라크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거주지역인 팔루자-라마디-티크리트 등 `수니 삼각지대'는 미국에 대한무력저항의 본거지가 되고 있으며 중앙 정치무대에서도 예전의 영화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해 말 수니파협의회를 결성하는 등 단결된 힘을 과시하고 있어 점령군인 미국의 입장에서도 여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세력이다. 특히 이라크를 지배하고 있는 이들 양대세력은 미국의 권력이양을 앞두고 향후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내전까지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대립의 원인은 시아파는 이라크 공화국 건국이래 권력을 잡아온 수니파에 차별을 당해왔다고 느끼고 있으며 수니파는 보복을 우려해 시아파가 권력을 잡는것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세인 독재치하에서는 균형추가 수니파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기때문에 이들간의 알력이 겉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나 전후에는 느슨해진 정국 분위기와 맞물려 양 세력간에 크고 작은 충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바그다드와 카르발라에서 2일 시아파 최대 성일인 `아슈라'(애도의 날)에발생, 143명이 숨지고 430명 이상이 부상한 연쇄폭발사건과 지난해 8월 나자프에서시아파 지도자 무함마드 바크르 알-하킴에 대한 차량폭탄 공격 등 시아파를 목표로한 대규모 테러가 잇따르면서 시아-수니파간에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미국도 향후 이라크 정국안정과 순조로운 권력이양에는 시아-수니파간 긴장완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양세력간 화해에 주력하는 한편 종파간 충돌을 유도하자는알-카에다 조직원의 편지를 공개, 테러조직들이 이라크 내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시아파를 대상으로 하는 테러를 조직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니-시아파의 갈등은 역사적으로도 뿌리가 깊다. 680년 수니파의 칼리프 야지드는 현재 시아파의 성지인 카르발라에서 예언자 마호메트의 손자인 후세인과 그의 추종자들을 유인해 살해했으며 시아파 지도자들은 1917년 수니파인 오스만투르크를 몰아내기 위해 영국군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근세에 들어서는 수니파인 후세인 대통령이 권좌에 오른 뒤 23년간 시아파는 압제에 시달려야 했으며 특히 1차 걸프전 당시 시아파는 자신들의 거주지역인 이라크남부에서 반란을 꾀하기도 했으나 무자비하게 진압당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들간의 사소한 마찰도 자칫 이라크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속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최근 들어서는 이라크의 권력이양을 둘러싸고 심지어 시아파 내부에서도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도왔던 소수종족 쿠르드족도 권력을일부 분점하기를 원하고 있어 이라크내 종족갈등은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결국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향후 이라크 안정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