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 바로 뒤쪽 북악산을 등반했다. 청와대 참모나 장관들이 뒤따랐던 이전과 달리 아들 건호씨 등 가족들과 함께 한 산행이었다. 산을 내려온 뒤 노 대통령은 관저에서 가족과 오찬을 가졌다. 오후에는 책도 잡았다고 한다. '마가릿 대처'(고승제 저), 이순신 장군의 전기소설 '칼의 노래'(김훈 저), '이제는 지역이다'(국가균형발전위원회 발행) 등 세권이 지난주말 서재에 마련됐다. '철(鐵)의 여상' 대처의 평전은 탄핵이 의결되던 12일 저녁 수석ㆍ보좌진과의 만찬에서 권오규 정책수석이 추천한 책. "역경을 딛고 정치적으로 성공한 대처의 사례를 다시 보시라"는 권 수석의 의견을 노 대통령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직무정지후 첫 주말을 등산과 독서,탄핵정국에 대한 정리로 보낸 노 대통령은 15일부터도 밀렸던 보고서나 책을 읽고 업무와 직접 관련없는 지인들을 만나는 수준의 활동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회동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고, 일과시간중 비서진과 대면도 확정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상황파악과 권한복귀시에 대비한 '참고용 보고'를 받는 것은 문제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비서실의 견해다. 노 대통령은 비서실내 각 수석ㆍ보좌관실의 업무추진 상황과 업무관련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업무 진행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게 한 청와대 인트라넷을 들여다 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울분과 통탄' 분위기였던 비서실은 나름대로 업무 재개에 들어갔다. 김우식 비서실장은 15일 오전 모든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조회를 한다. 김 실장은 "탄핵 상황에 동요말고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자"고 독려할 예정이다. 고 권한대행이 노 대통령을 대신하는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하지 않기로 하면서 김 실장은 종전의 월,수,금 수석ㆍ보좌관 회의는 계속 열 것으로 파악됐다. 윤태영 대변인도 "(대통령 직무가 중지되면) 일이 줄어들줄 알았는데 당장은 더 바빠졌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문의전화부터 많아졌다. 윤 대변인은 그러나 춘추관의 공식 브리핑은 중단키로 했다. 청와대 공식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 발행도 일단 중단된다. 비서실 자체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13일 오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위로전화를 받고 "TV로 (탄핵안 처리과정을) 보면서 정말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안부를 걱정했다고 정 의장이 전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