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업은 쉽지 않다. 영업도 어렵고 인력관리도 힘든 일이다. 창업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그나마 장점이다. 돈이 적게 든다고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후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일식 배달 전문점인 "홈벤토" 역삼점은 배달사업의 모델로 꼽을 만하다. 점주는 진영호씨(35). 진씨는 지난해 12월 정식 영업에 들어갔다. 주방과 식기류로 가득찬 10평짜리 점포는 임대보증금 1천만원,월세 90만원에 얻었다. 스피드가 생명이다 배달지역엔 오피스텔이 많아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됐다. 문제는 점심시간에 주문이 한꺼번에 몰린다는 점. 주문이 30~40건 밀려 허둥대기 일쑤였다. 진씨는 고객을 늘리기 위한 영업을 일시 중단하고 배달시간 단축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6주동안 매달렸다. 이렇게 해서 나온 대책은 4가지. 우선 기존 5명의 인력을 7명으로 늘렸다.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 시간급으로 일하는 배달직원 1명을 쓰고 정규직 1명을 주방에 배치했다. 튀김기도 1대 더 들였다. 스쿠터는 2대에서 4대로 늘렸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마인드 고취. 사무실에 배달 가서 음식 세팅까지 완벽하게 해놓고 나오도록 훈련시켰다. "음식만 내려놓고 나오는 업체와는 완전히 차별화 하는 거지요.이렇게 하면 경쟁 점포한테 손님을 빼앗기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습니다."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라 진씨 가게엔 다른 배달점에 없는 것이 있다. 고객관리 프로그램이 깔린 PC와 오디오 세트. 이 프로그램은 과학적인 점포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주문전화가 걸려오면 PC 화면에 고객정보가 뜬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고객이 선호하는 메뉴와 양념의 농도까지 세밀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화를 받으면서 고객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면 깜짝 놀라지요.그 다음에 "김치 좋아하시던데 이번에도 많이 담아갈게요"라고 말하면 완전히 감동합니다." 진씨는 원래 직원 18명을 데리고 전산 네트워크 사업을 4년간 했다. 이때 직원 3명이 지금도 배달점에서 일하고 있다. 그만큼 결속력이 강하다.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장사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IT 마인드가 갖춰져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객에 대한 기본 정보는 영업과정에서 얻는다.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일대일 마케팅을 하면서 명함을 반드시 받아온다. 실제 주문으로 연결된 뒤에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세밀히 살펴 입력해 놓는다. 장사도 머리로 한다 진씨 가게는 공부하는 점포로 유명하다. 진씨 자신이 점포 오픈 전 15주 일정의 프랜차이즈 전문가 과정을 마쳤다. 조만간 점장 후보요원 1명을 이 과정에 보낼 예정이다. 학비 1백95만원은 진씨가 부담한다. 매주 월요일은 평소보다 1시간 빠른 8시까지 출근한다. 1시간30분간 독서토론과 브레인스토밍이 이어진다. 월평균 2권이상 독서하는 게 목표다. 지난주 독서토론 대상은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 "장사를 몸으로 때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머리로 해야 하는 거지요.때문에 우리 점포에서는 맨 처음 주방일,그 다음 배달일,마지막으로 점포총괄 업무를 순차적으로 배우게 합니다." 점포관리 훈련까지 마친 직원은 다음달 오픈하는 2호점 점주로 배출될 예정. 점장 개념의 "시니어 매니저"는 현재 3명을 육성하고 있다. 점장이 되면 기존 월급에 30만원이 추가되고 목표대비 인센티브가 붙는다. 오픈 3개월만에 월매출 3천만원,월순익 5백만원의 알짜배기 점포를 일군 비결은 바로 체계적인 사람관리였다. 본사 (02)472-8666.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