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19일 증시는 한때 투매에 가까운 매도로 패닉상태에 빠져드는 등 혼란스러웠다. 여의도 증권가는 예상치 못한 주가 폭락으로 큰 충격에 휩싸인 채 향후 시장전망을 체크하는 등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객장에 모여든 투자자들은 붕괴되는 증시에 넋을 잃은 채 전광판만 바라봤다.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는 이날 긴급 사장단회의를 갖고 투자심리 진정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부산했다. …이날 지수폭락은 오전 11시를 넘어서면서부터 시작됐다. 11시까지만 하더라도 전날 미국 증시의 조정세와 탄핵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상황에도 개인은 외국인과 함께 매수에 나서며 반등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극도의 혼란이 연출되자 주가는 시시각각 급락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50분 858선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1시50분에 846선까지 떨어져 한시간만에 1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급기야 11시55분 탄핵안 가결이 선포되자 증시는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개인들이 경쟁적인 투매에 가세해 12시50분께에는 종합주가지수가 822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코스닥지수도 연중최저수준인 401.18까지 떨어지면서 400선까지 위협받기도 했다. 2시간여 만에 거래소시장은 40포인트,코스닥시장은 30포인트 이상 빠지는 폭락장이었다. 그러나 장마감을 앞두고 단기급락을 의식한 개인과 외국인이 매수주문을 늘리면서 시장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15년간 증시를 지켜봐왔지만 이렇게 주식시장이 혼란스러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 2001년 9·11테러와 1990년대 초반 금융실명제 실시에 맞먹는 극도의 혼란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증권가 임직원들은 여의도공원 건너편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가 진행되는 오전내내 일을 접은 채 TV화면 앞에 모여들었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등을 중심으로 점심도 거른 채 시장전망을 내놓느라 분주했다. 각 지점 영업직원들은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증권사의 한 영업직원은 "이런 상황에서 주식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날 증시에선 우울한 기록들이 쏟아져나왔다.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45포인트나 폭락한 820선까지 밀려 연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도 장중 30포인트 넘게 빠져 연중 최고기록을 세웠다. 거래소시장에선 이날 주가가 최근 1년만에 최저가를 기록한 신저가 종목이 3백개에 달하기도 했다. 이날 시장에선 또 대통령 탄핵안 가결 여파로 지수선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돼 프로그램 매매호가가 5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최근 1년여만에 처음이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1분 동안 전일 종가보다 5% 이상 상승·하락하는 상황이 지속될 때 발동된다. 이날 선물시장에서 지수선물 6월물은 낮 12시50분 전날보다 5.38% 떨어진 109.00을 기록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에 따라 프로그램매매 호가가 5분간 정지된 뒤 거래가 재개됐다. …이날 탄핵안 가결로 주가가 폭락세로 치닫자 정반대로 지수 풋옵션은 장중 한때 최고 14배 가까이 폭등하는 대박도 연출됐다. 탄핵안이 통과된 오전 11시50분께 지수 풋옵션 극외가격인 97.5의 프리미엄은 장중 0.42포인트까지 올랐다. 전날 종가 0.03포인트 대비 1천3백% 폭등한 셈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