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자회사인 광주은행의 행장 선임을 놓고 첫 시험대에 올랐다. 경남은행의 경우 우리금융이 행장으로 내정한 정경득 한미캐피탈 사장(53)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광주은행은 행장 내정자인 정태석 교보증권 사장(49)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내정자는 10일 김인열 경남은행 노조위원장과 정하종 광주은행 노조위원장을 잇따라 면담,전날 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추천한 두 내정자를 수용해 달라고 설득했다. 경남은행의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행추위의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이지, 내정자 개인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오는 12일 열릴 행추위에서 정 내정자를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광주은행의 정 위원장은 "정태석 사장의 경우 과거 한남투신 임원으로 재직할 때 부실을 야기해 지역경제에 어려움을 준 장본인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 의견접근을 보는데 실패했다. 이에대해 황 내정자는 "정 사장이 부실에 대한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지를 검증해 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은행 노조는 "정 사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직원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광주은행 노조는 우리금융이 정사장의 내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행추위는 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주주대표로 행추위에 참석한 우리금융의 임원들조차 회의 시간이 임박해서야 내정자 명단을 통보받았다는 점 등을 들어 매끄럽지 못한 인선과정 때문에 이런 마찰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황 내정자 개인의 뜻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의해 두 사람이 낙점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의 해결 책임은 결국 황 내정자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삼성그룹이나 증권사와는 경영환경이 판이한 은행의 CEO로서 성공 여부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금융은 1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민유성 우리금융 부회장을 유임시키고 김종욱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을 우리금융 부회장으로 내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 감사는 선임하지 않고 사외이사 6명도 함께 선임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또 우리은행의 수석부행장(등기 임원)을 현재 1명에서 2명(영업담당 및 경영담당)으로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로는 이종휘 부행장과 민종구 우리카드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