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은 흔한 창업아이템이다. 타 업종에 비해 마진이 높고 '평균적 입맛'을 공략하면 된다는 생각에 쉽게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먹는 장사로 성공할 확률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주요 상권마다 음식점들이 빽빽이 들어섰으니 경쟁이 치열할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음식점간 경쟁의 핵심은 결국 '차별화'. 맛 서비스 아이템 가격 등 뭔가 특별한 것을 내놓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서울 대치동에서 '토크비스트로'를 운영하는 장정은씨(30). 외국계 은행원에서 요리사로 깜짝 변신한 그는 '평균적 입맛' 이상을 공략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했다. 서울 신사동에서 '뉴욕5000'이란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기춘씨(55). 30년 이민생활을 접고 귀국한 그는 테이블 1개짜리 초미니 레스토랑을 차별화의 무기로 삼았다. ............................................................................. 장정은씨는 파격적인 인생행로를 걸어왔다. 지난 1997년 미국 윌리엄앤드메리칼리지 외교학과를 졸업,곧바로 미국 10대 은행에 꼽히는 선트러스트 본사의 대출계 행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았지만 삶은 따분하기만 했다. 결국 취미생활의 일부였던 요리를 평생직업으로 삼기로 결단을 내렸다. 은행원 생활 중 야간시간을 털어 사설 요리학교도 다녔다. 1999년 3월께 은행에 사표를 던지고 조그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취직했다. 음식점의 온갖 허드렛일이 그에게 떨어졌다. 하지만 재료조달에서부터 요리 서빙까지 식당운영 노하우를 습득하겠다는 자신의 목표 때문에 힘든 줄도 몰랐다. 이 같은 열정 덕에 6개월 만에 점심을 관장하는 요리장(head cook)으로 발탁됐다. 장씨는 2001년 9월께 귀국했다. 귀국 직후 힐튼호텔에서 6개월간 무보수로 주방장 견습생활을 했다. 이후 프랑스 레스토랑 2곳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1천가지 맛'을 내는 요리사로 이름을 날렸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2003년 5월 창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점포를 구하는 데만 6개월 남짓 걸렸다. 조달 가능한 창업비는 1억원 남짓. 그에게 생소하고 쉽게 납득이 안되는 '권리금'이 문제였다. 서울시내 곳곳을 돌며 발품을 팔고서야 강남구 대치동에 15평짜리 점포를 구할 수 있었다. 권리금을 포함해 창업비가 당초 예상액을 초과했다. 인테리어비 임대보증금 집기구입 등 총 창업비는 1억3천여만원. 부족한 돈은 은행대출로 메웠다. 점포입지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C급 상권에 속했다. 대신 주변에 오피스빌딩이 많고 무엇보다 반경 50m 내에 양식당이 없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장씨의 점포운영 전략은 차별화. 음식맛에서 메뉴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걸 차별화했다. 주력메뉴인 샌드위치를 '식사대용' 수준으로 질을 높이고 세계 각국의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였다. 고객반응과 상권 특성을 체크하며 메뉴는 매일 수정하고 있다. 그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음식과 독특한 문화로 고급 명소를 지향하는 점이 차별화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당장 이익을 뽑아내려는 조급증을 억누르고 고객의 좋은 평판을 얻는 데 투자하는 게 장씨의 점포 운영방침이다. 양이 푸짐한 샌드위치는 좋은 재료만 써 원가가 무려 50%에 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방에만 머물지 않고 고객요구 등을 체크해 고객이 1백% 만족하는 특별한 요리를 내놓는 게 장씨가 주력하는 서비스 차별화로 꼽힌다. 매출은 단골고객이 늘면서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7백만원에서 올 2월에는 1천1백만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전체 투자비에 비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장씨는 개점 4개월째인 식당의 외형 성장보다는 '평판'에 의미를 두고 있다. '토크 마니아'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게 장씨의 가장 큰 자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