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통장 없이 카드 하나로 모든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전자통장 시대가 열렸다. 이제 카드 한 장만 있으면 예금 적금 가입은 물론 대출이나 증권 거래까지 가능하게 됐다. 전자통장은 인터넷 뱅킹과 더불어 국내 무통장 거래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통장 시대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지난 8일부터 서울 여의도지역의 우량 고객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이 은행은 두 달간 시범운영을 거친 뒤 오는 5월부터 전 점포에서 전자통장을 발급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각종 계좌정보를 32KB의 IC(집적회로)칩에 내장, 하나의 카드(전자통장)를 현금ㆍ신용ㆍ증권ㆍ교통카드 등 만능카드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카드에 가입한 고객은 창구를 이용할 때 통장과 인감, 주민등록증을 이용한 복잡한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창구앞 핀패드(Pin Pad) 보안기기에 카드를 통과시키고 고유 식별번호만 입력하면 모든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다. 영업점 내에 설치된 거래내역 출력기를 통해 공과금과 입ㆍ출금, 이체 등 거래내역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전자통장은 기존 마그네틱 카드와 달리 보안성이 강화돼 해킹과 복제가 불가능하고 고난도의 암호를 이용한 다중 보안체계로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전자통장을 도입할 방침이어서 국내에서도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무통장 거래가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무통장 거래의 또 다른 축인 인터넷 뱅킹의 경우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뱅킹은 이미 창구거래와 현금입출금기(ATM) 등을 제치고 가장 주요한 금융서비스 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중 국내 8개 시중은행의 인터넷 뱅킹 비중은 30.4%로,전년 말의 23.2%에 비해 7.2%포인트나 높아졌다. 반면 창구서비스 비중은 29%에서 26.7%로, 현금입출금기 비중은 32.9%에서 28.6%로 각각 낮아졌다. 또 작년 말 현재 18개 국내 은행과 우체국, 씨티 HSBC 등에 등록된 인터넷 뱅킹 고객은 총 2천2백75만명으로 전년보다 28.5% 증가했다. 인터넷 뱅킹을 통한 계좌조회, 자금이체, 대출 등의 서비스 이용건수도 하루 평균 7백22만건으로 전년의 4백82만건보다 49.8% 급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창구서비스 수수료는 건당 2천∼3천원인데 반해 인터넷 뱅킹 수수료는 5백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용 고객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