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펀드(fund)의 시대다. 온갖 종류의 펀드들이 쏟아져 나와 도대체 어디에 투자해야 좋을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중소기업청은 실업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취지로 일자리 창출 펀드란 것을 만들었고 이름조차 생소한 선박투자펀드가 나오기도 했다. 펀드란 쉽게 말해 푼돈(?)을 모아 거금으로 만든 후 유망한 곳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전문지식을 지닌 펀드매니저가 운용하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펀드는 저위험 저수익을 추구하는 뮤추얼펀드와 고위험 고수익을 지향하는 헤지펀드로 대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펀드의 시조인 뮤추얼펀드는 1890년대 중반 벨기에와 영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1924년 매사추세츠투자신탁이 스타트를 끊었고 1940년 투자회사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 지금은 규모가 7조4천억달러에 이른다. 헤지펀드는 투기성 거래를 하는 탓에 경계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퀀텀그룹이 대표적이며 규모는 뮤추얼펀드를 훨씬 능가한다.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막대한 손실을 입고 파산해 FRB(미국연방제도이사회)가 35억달러의 긴급자금을 투입했던 1998년의 롱텀캐피털(LTCM)사건은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상징한다. 한국증시를 휘젓는 외국인 자금도 사실 대부분이 이들 펀드자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펀드라 하면 몇년 전의 코스닥 열풍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혹시라도 기회를 놓칠세라 앞다퉈 벤처펀드를 결성해 투자했던 사람들이 결국은 휴지조각이 되고만 주식을 손에 들고 눈물을 삼킨 일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펀드열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투자신탁회사들이 보유한 자금만도 1백50조원을 넘고 있을 뿐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펀드가 출현하고 있다. 최근엔 해외투자 펀드가 인기를 얻어 올 들어 사들인 해외증권만도 3조원어치를 웃돈다고 한다. 더구나 펀드실적을 평가하는 회사까지 운영되는 상황이고 보면 펀드는 이제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음이 너무도 분명하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