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상승을 주도해왔던 기술주들이 조정을 받고 있다. 올1월말을 기점으로 IT(정보기술) 경기가 둔화세로 돌아선데다 "인텔 쇼크"까지 겹친 탓이다. 9일 증시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세계 PC용 반도체의 매출 성장 둔화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등 기술주가 동반 하락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도 인텔 등이 급락한 데 이어 이날 일본의 도시바 히다치 NEC,대만의 TSMC AU옵트로닉스 등 아시아 반도체 LCD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 기술주인 삼성전자는 지난주 인텔이 1분기 매출전망치를 하향조정한 이후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1.82% 내려 54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하이닉스와 아남반도체 등도 하락했다. ◆둔화되는 IT모멘텀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주도해온 미국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기술주 중심으로 1월말부터 둔화세로 돌아섰다"며 이는 달러화의 강세 반전,세계 IT부문 수요 감소추세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수출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IT 부문도 중국 내수성장 둔화 등으로 2분기 이후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증시상승을 기술주가 이끌어오면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부담이 커졌다"며 "과거 경우를 보더라도 해마다 2월부터 3월 중순까지는 기술주의 조정시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기술주 간 차별화 IT경기 둔화조짐으로 세계 기술주의 동반 하락이 나타나고 있지만 조만간 기술주 간 차별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송명섭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PC와 관련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것과 달리 휴대폰과 LCD 부문은 모멘텀이 꺾이지 않았다"며 이는 관련업체들 간의 주가 차별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례로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PC관련 반도체 수요감소로 추세가 꺾인 인텔과 달리 휴대폰 1위업체인 노키아와 비슷하게 상승세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휴대폰 부문 전세계 업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송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휴대폰 출하량은 1천9백만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주냐 경기방어주냐 향후 투자전략에 대해선 엇갈리고 있다. 임송학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모멘텀 둔화를 감안해 기술주보다는 경기 방어주 중심의 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국내 통화증가율 둔화와 함께 주식형 펀드자금 유입규모가 점차 감소해 글로벌 유동성도 약화될 것이라며 외국인 보유주식보다는 중소형 실적호전주,하반기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겨냥한 건설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철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프리 어닝시즌에 들어서면 기술주가 증시 상승세를 다시 이끌어갈 것"이라며 IT분야 핵심 블루칩 위주로 저가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