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초 9일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강행한 뒤 표결을 시도키로 의견을 모았으나 한나라당이 막판 열린우리당의 설력저지 방침에 한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9일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안 발의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탄핵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야 탄핵안 발의시점 혼선=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와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는 8일 낮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박관용 의장 주재로 열린 4당 총무회담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할 뜻을 피력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탄핵안 발의와 관련해 지난주 민주당과의 의견조정과정을 끝냈다"며 "탄핵안 발의자 명단에 소속 의원 전원을 쓰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홍 총무는 "지난 주말 소속의원들과 통화한 결과 1백20명 이상이 (탄핵안)발의 서명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최병렬 대표는 "탄핵에 대한 신중론과 반대의견이 있지만 총무단에서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도 "양당은 9일 중으로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며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50여명이 탄핵안에 찬성한 상태여서 두 야당이 공조하면 수적으로 탄핵 발의안 요건(1백36명)을 훨씬 넘는다. 그러나 홍 총무는 이날 오후 늦게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후퇴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탄핵 발의 시점은 9일 의원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결정할 것"이라며 "9일 발의할 것이란 얘기는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홍 총무는 "열린우리당이 표결을 물리적으로 막을 경우 발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처리 전망=두 야당이 9일 발의를 강행,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 탄핵안이 보고되면 24시간 후인 10일 오후 2시 이후 표결이 가능하다. 표결은 무기명비밀투표방식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표결에 대한 실력저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실제 표결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탄핵안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며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할 경우 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한나라당 홍 총무는 "박 의장에게 경호권 발동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표결이 이뤄질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1백81명)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