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컬렉터들은 사진미술을 기피하는 반면 다시 평면회화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호텔신라에서 국내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 로버트 맨리 크리스티 현대미술담당부사장은 최근 국제미술시장의 특징을 이같이 밝혔다. 복수로 제작되는 사진은 아무래도 희소성이 떨어지는 데다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올라 사진미술 시장은 몇 몇 인기작가를 제외하곤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맨리 부사장은 16년동안 미술시장에서 활동해 온 현대미술(postwar & contemporary) 전문가다. 그는 현대미술시장은 유럽과 아시아지역 소장가들의 구매가 늘고 있는 데다 미국경제가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달러화 예금금리가 1%에도 못 미치는 등 주요국들의 금리가 최저 수준인 데다 전쟁 등 국제정세가 불확실한 시기에는 미술품 부동산같은 유형자산에 투자하는 게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크리스티의 경우 현대미술 거래규모가 침체의 늪에서 서서히 회복되던 1997년 이후 현재까지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1만달러 이하의 저렴한 작품뿐아니라 5만달러를 넘는 고가 작품까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은 청신호입니다." 맨리 부사장은 "현대미술시장 전망이 좋다고 시장을 낙관해 가격 평가에 대한 평형 감각을 잊어버려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주식시장과 금리 부동산시장의 동향이 미술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측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예컨대 10년 전에는 뉴욕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미술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3∼4년 전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때 미술시장은 오히려 활황국면이었다고 말했다. 글=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