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전격 사퇴로 누가 차기 IMF 총재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차 대전 후 불문율처럼 지켜져온 'IMF총재는 유럽인, 세계은행총재는 미국인'이라는 등식에 따라 이번에도 유럽인사가 쾰러의 후임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AP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5일 로드리고 라토 스페인 재무장관과 프랑스의 장 르미에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유력한 후보로 거론했다. 오트마르 이싱(독일)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도 물망에 올라 있다. 이중 라토 스페인 재무장관의 하마평이 가장 무성하다. 그는 유럽내 최장수 재무장관으로 금융문제에 정통할 뿐 아니라, 중남미국가들과 경제ㆍ문화적 유대관계가 깊은 스페인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IMF의 최대 현안인 중남미채무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스페인이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 사실상 IMF총재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국 정부의 호감을 사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르미에르 EBRD 총재도 유력한 후보지만, 프랑스 정부는 장 클로드 트리셰 전 프랑스은행 총재가 얼마전 신임 ECB총재 자리에 오른 탓에 그를 강력히 밀 수 없는 입장이다. 이싱 ECB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제금융 경험이 일천한데다, 전임인 쾰러 총재도 독일인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국제사회의 높은 인지도와 해박한 국제금융지식으로 손색이 없는 편이다. 비유럽인으로 현재 씨티그룹 부회장인 스탠리 피셔 전 IMF 부총재도 차기 총재감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제임스 올펜슨 세계은행 총재가 미국인이어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