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의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무산은 정치권의 정략적 계산과 맞물려 있다. 각 당의 유불리에 따라 회기종료 직전에 수정안을 기습 상정하고 이를 실력 저지하는 행태는 자신들의 '밥그릇' 앞에서는 비판여론도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권의 도덕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야는 3일 선거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위해 6일부터 10일까지 5일 회기의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으나 여야가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논란이 된 '전북 게리맨더링'=당초 선거구 획정위는 이 지역 4개 선거구를 △무주·진안·장수·임실 △완주·김제 △남원·순창 등으로 확정했다. 인구 8만3천여명으로 통폐합 대상인 무주·진안·장수에 인구 3만4천여명의 임실군을 붙이는 게 핵심으로 무주·진안·장수가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이 절대 유리해지는 반면 민주당 김태식 의원과 오홍근 김제 후보내정자는 한 지역을 놓고 다퉈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정세균 게리맨더링'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 안에 따라 완주군은 김제와 통폐합되게 됐는데,같은 선거구가 된 김제와 완주 사이에 지역적으로 전주가 끼여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민주당은 완주·김제의 인구가 19만6천명으로 인근 무주·진안·장수·임실(11만8천명)과 순창·남원(13만1천명)에 비해 월등히 많아지게 됐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이 2일 밤 기습 제출한 수정안은 김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되,통폐합 대상인 무주·진안·장수를 쪼개 완주·임실에 진안을 붙이고 남원·순창에 무주·장수를 합하는 게 골자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과 이강래 의원이 격돌하는 반면 민주당 김 의원은 살아난다. '김태식 살리기'게리맨더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연유다. ◆처리 전망=국회는 8일부터 3일간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선거구 획정에 4당이 합의해야 본회의를 열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10일까지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정치인들이 정치적 사망신고를 하는 것"이라고 여야를 압박했다. 여야는 이날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