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3일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 판단을 한 것은 노 대통령을 단순히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다. 공무원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노 대통령에 대해 '선거중립 의무준수 강력 요청'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는 가장 가벼운 처분인 '공명선거 협조 요청'보다는 강하고 '주의'보다는 약한 조치라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언행이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정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6 대 2로 '위반'이 우세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대통령은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가지는 공무원으로서 앞으로 선거에서 중립 의무를 지켜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결정했다. 다시는 '선거 개입 의혹'을 초래할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관위는 이 같은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6시간30분 동안의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이처럼 '장고'한 것은 노 대통령은 총선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당적을 갖지 않은 채 '정신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직간접적으로 표명,이에 대한 위법 여부를 판단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선관위가 미약한 결정을 내릴 경우 선관위 자체를 탄핵하겠다고 압박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통령의 '공무원 지위'에 대한 정의와 '선거 관련 발언 내용'에 대한 판단이 여러 선거법 조항을 모호하게 저촉한 것도 판단을 어렵게 했다. 현행 선거법 9조(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는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60조(선거운동 할 수 없는 자)는 '정무직 공무원(대통령 포함) 등 국가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기술돼 있다. 하지만 선거법 68조(선거운동 정의)는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결정을 위해 열린 이날 전체회의에서 △노 대통령을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정치인으로 볼 것인가,선거중립을 지켜야 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볼 것인가 △정치인으로 본다면 선거운동에 돌입하지 않은 기간에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발언은 선거에 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인가,의도적 사전 선거운동인가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고의성을 띠지 않은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볼 것인가,정치적 목적을 띤 의도적 발언으로 볼 것인가 △만약 선거법 위반이라면 처벌 수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